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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독거어르신 따뜻한 겨울나기 전기장판 지원

  • 교계
  • 입력 2019.11.25 19:26
  • 수정 2019.11.27 14:33
  • 호수 1515
  • 댓글 0

행복나눔가피봉사단과 함께
종로구관내 11가구에 전달

문을 열고 나온 할머니의 허리는 녹아내린 촛농처럼 굽어있었다. 입구에 서 있던 지현 스님은 차마 들고 있던 쌀 포대를 건낼 수가 없었다. 고작 10kg이지만 여든을 훌쩍 넘긴 어르신에게는 그조차 한없이 버거워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 제가 안에 놓아 드릴께요. 어디에 둘까요.”

할머니의 손을 맞잡은 스님은 집안으로 발을 들였지만 낡은 이부자리가 펴져있는 방은 두 사람이 들어서기에도 비좁았다. 마지막으로 불을 땐 것이 언제인지 가름조차 되지 않을 만큼 차갑게 식은 방바닥에는 여기저기 헤져 전기선이 드러난 전기장판 한 장만이 간신히 냉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쌀자루를 내려놓은 스님은 곧바로 낡은 전기장판을 걷어내고 준비해온 새 전기장판을 깔았다.

새 전기장판을 받은 마금선(86. 가명) 할머니는 장판을 쓰다듬으며 “이건 엄청 푹신하네. 전기 안 넣어도 안 춥겠어”라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현 스님은 겨울목도리도 꺼내 할머니 목에 감아드리며 “전기요금 많이 안 나오는 것으로 마련했으니 너무 춥지 않게 지내세요”라며 연신 할머니의 손을 쓰다듬었다.

서울 조계사가 저소득층주민과 독거노인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발원하며 종로구 관내 110가구에 난방용 전기장판을 전달했다. 전기장판은 난방비가 부담스러운 저소득가정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고 있는 난방용품이지만 동시에 누전 사고율이 높아 겨울철 화재원인 1위로 손꼽히기도 한다. 11월25일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김문주 행복나눔가피봉사단장, 김진여심·김영희 부단장은 사직동주민센터 관계자와 함께 독거노인 세대를 직접 방문, 낡은 전기장판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쌀 10kg과 목도리·모자, 생활용품 등도 전달했다.

전기장판은 조계사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이 매월 초하루에 여는 이웃돕기 바자회와 경내에 설치한 커피자판기 수익금, 그리고 회원들의 정기후원금을 모아 마련했다. 누전위험을 낮추고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안전차단기 유무와 절전형 등을 꼼꼼히 살펴 구매했다.

전기장판을 전달받은 유순자(76. 가명) 할머니는 “보일러가 있지만 기름값이 무서워 한겨울 나도록 보일러를 돌리는 날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지금 사용하고 있던 전기장판도 누가 버린 것을 주워온 것이어서 불이 날까 걱정스러웠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해 저소득가정 연탄나눔을 진행한 조계사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은 올해 전기장판 지원사업을 신설했다. 김문주 가피봉사단장은 “전기장판은 저소득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난방기구이지만 낡아서 화재 위험 또한 높아 전기장판 교체사업을 새로 진행했다”며 “찾아가는 의료봉사와 집수리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이 조계사 자비나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냉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홀로 겨울을 보내야 할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돌아서는 가슴이 먹먹하다”며 “행복나눔가피봉사단과 함께 독거노인 등 저소득가정에 대한 지원을 더욱 늘려 조계사가 우리사회의 어두운 곳에 불교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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