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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이심덕(59, 다금인)-하

기자명 법보

딴 생각하면 흐름 놓치기 일쑤
사부대중 쟁쟁한 울림 속 정진
지난일 참회하며 수행 더 집중
다시 ‘금강경’ 독송 참여 발원

59, 다금인

수능 100일 기도를 함께 올렸던 수능 학부모님들도 이 ‘금강경’ 독송 정진법회에 동참하고 계셨다. 덕분에 나는 저녁기도에 동참하자마자 저녁예불을 올리고 ‘금강경’ 독송에 동참했다. 이전에 몇 차례 읽어본 적은 있지만 따라 읽기란 쉽지 않았다. 조금만 딴 생각을 하면 흐름을 놓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신 차리고 독송을 따라 가느라 처음 저녁기도에 동참한 날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금강경’을 반복적으로 독송했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렇게 저녁기도에만 동참해도 ‘금강경’을 6회 내지 7회 정도 독송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기도를 마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수능 100일 기도를 회향하는 날까지 매일 저녁 해남사를 찾아 저녁예불과 ‘금강경’ 독송에 동참했다. 스님과 함께 많은 불자들이 쟁쟁한 울림으로 ‘금강경’ 독송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독송은 제법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다만 기도 기간 중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현실처럼 보이기가 반복됐다. 지난 일들이 후회로 사무치기도 했다. 그런 상황들은 더 수행에 집중하고 더 기도 정진에 힘써야 된다는 무언의 경책 같았다. 

사실 기도를 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보인 탓에 불안감도 있었다. 왜 자꾸 이런 모습이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심장이 뛰기도 했다. 기도를 그만하고 집으로 가야 된다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니면 기도가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징표인 것일까 하는 초조함도 교차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집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다. 불안감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는 망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매일 열심히 기도에 참석했다. 오직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동안 기도에 몰입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기도 중 아들의 모습이 다시 꿈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 보는 아들의 모습은 참 좋은 느낌이었다. 

어느덧 수능일이 다가왔고 100일 기도도 회향을 맞이했다. 남은 기도 기간에는 저녁마다 빠지지 않고 동참할 수 있었고, 비록 수능 100일 기도를 모두 채우지도, ‘21일 금강경 정진 대법회’에 온전히 동참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회향일에는 ‘부처님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속의 울림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모든 일정을 회향한 불자님들은 얼마나 환희심이 났을까, 그 분들에게도 마음속으로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수능 100일 기도 기간 동안 하루에도 수차례 쉴 시간도 없이 기도를 하신 주지스님의 목청이 괜찮은지 염려된다. 기도가 끝나고 병원에 가셔서 입원하셔야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해남사 스님과 불자들은 정말 온 정성을 다해 치열하게 기도하고 정진하셨다. 아마 이 심정은 해남사 불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수능 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스님께서 그리고 기도 동참 불자님들이 열심히 기도하신 덕분에 모두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 발휘를 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 그 순간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금강경’ 독송 정진을 마친 지금, 누군가 ‘금강경’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솔직하게 잘 알지 못한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유독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단어가 되뇌어진다. 부처님의 최상의 깨달음을 뜻한다는 이 단어가 독송할 때 발음하기는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관세음보살’처럼 반복적으로 염하게 된다. 

다시 ‘금강경’을 펼치고 정진할 기회가 있다면 동참하고 싶다. 해남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강경’ 정진 대법회가 진행된 것처럼, 내년에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그저 반갑고 기다려진다. 

기도 기간 동안 정진하신 그리고 정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 역시 다시 일상을 점검하고 발심하여 꾸준히 수행하는 불자로 거듭나고 싶다.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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