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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그 바른 독해법은?

기자명 조 민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관련 당사국들 모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에는 한 목소리이나, 북미간 대치 국면은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다.

북핵 문제는 미국 국무성의 '북한 핵개발 시인' 성명(10.16)을 계기로 부각되었다. 그후 북한은 외무성 담화(10.25)를 통해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하고 나섰고, 미국은 '先 핵개발 포기'로 맞섰다.

북한은 여러 차례 19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문을 파탄시킨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말해왔다. 미국의 핵사찰 요구와 관련해 2003년까지 2백만㎾급 경수로 건설(기본합의문 1조), 북미간 정치 및 경제관계 완전 정상화(2조), 핵무기 위협 금지(3조), 그리고 북미 쌍방의 핵무기비확산 노력 등 합의문 4개 조항을 나열하며, 미국은 합의문이 발표된 지 만 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 4가지 조항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미 핵 기본 합의는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최근 합의문에 조인했던 갈루치 미국측 대표가 <워싱턴 포스트>(11.16)에서 밝힌 말이다. 사실 미국은 그 당시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 내다보았고, 따라서 합의문은 자연히 휴지조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북한도 미국을 믿지 않았다. 아무런 협상 카드가 없는 '불량국가'를 미국이 상대해 줄 리는 없다. 그래서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핵카드를 흔들어대고 있다.

북한은 생존을 향한 개혁 개방의 물꼬를 틀었다.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틀 위에서 집단농장을 개인 소유로 변환시키고, 국영기업체를 '회사'로 바꾸는 모험적인 정책을 시도했다. 여기에다 개성공단이나 신의주 경제특구와 같은 자유무역지대 설정을 통해 과감한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경제 개혁의 성패는 시장수요 생필품의 안정적 공급에 달려 있다.

따라서 당장 외부의 지원이 절실할 뿐만 아니라, 결국 개방세계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거부한다면 북한의 개혁 개방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평양은 워싱턴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유예, 국제테러조약 서명, 과감한 병력감축 제안 등 모두가 對美관계 개선이 타깃이다. 이 가운데 핵프로그램은 비장의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겉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지만 북한을 고립시키고 위협하면서 테러와 연계된 세계평화의 교란자로 낙인찍고 싶어한다. 국무성의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존 볼튼 차관보는 '38선은 자유와 압제, 선과 악을 나누는 선'이라고 하면서 부시의 대북관을 재확인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이동전화 개발 남북한 공동투자를 반대했고, 개성공단 개발을 위한 남한의 대북 전력지원을 거부했다. 미국은 북한을 아시아개발은행 회의에 초대하려는 한국의 시도를 막았고, 또 북한의 IMF 접근을 줄기차게 막아왔다.

핵문제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는 상호주의적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북한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먼저 미국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핵 기본합의의 재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평양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주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북한의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과 사회적 변화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대해야 한다. 북한은 핵개발이 북한체제의 생존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경협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 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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