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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종교 구별법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12.01 12:42
  • 수정 2019.12.02 13:44
  • 호수 1515
  • 댓글 1

오강남 교수 6가지로 제시
문자대로 받아들이면 표층
맹목적 믿음보다 이해 중요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비교종교학과 명예교수는 평생 세계 종교들을 연구해온 종교학자다. 그는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박학함으로 세계 여러 종교들의 창시 배경, 주요 경전, 핵심 가르침을 살피고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를 일반에 소개해왔다.

‘화엄의 법계연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불교 이해도 깊어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등 책을 펴냈으며, ‘종교란 무엇인가’ ‘도덕경’ ‘장자’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 ‘예수는 없다’ ‘그리스도교 이야기’ 등 저술과 번역을 통해 기존 교단의 변화와 대중들의 종교 이해를 넓히려 애써왔다.

오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광화문 집회와 이를 주도하는 이들을 잇달아 지적했다. 기복중심의 독선적인 한국 종교문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그였지만 특정인과 특성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은 다소 이례적이다.

“요즘 광화문에서 이상한 목사의 이상한 말을 들으며 그 앞에서 아멘! 아멘!을 외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경우 종교는 믿는 것이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심지어는 ‘덮어놓고’ 믿어야지 생각하고 따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얼른 보아 일리 있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덮어놓고’ 믿고 싶지만 우선 ‘덮어놓고’ 믿는다는 것이 뭔지라도 알아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 교수는 그동안 숱한 강연과 책을 통해 종교 전통에서 내려오는 경전들의 표피적인 뜻에 매달리는 문자주의를 배격하고 문자 너머에 있는 속내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이는 오늘날 종교가 변화하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서구에서 가장 종교적이라는 미국조차 25년 간 “종교가 없다”고 답한 이들의 수가 200퍼센트 증가했고 매년 4500개 교회가 문을 닫는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아예 ‘신 없는 사회’로 규정될 정도다. 한국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종교인구가 300만명 감소하는 등 무종교 인구가 전체의 56.1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탈종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상이 ‘종교 없는 삶’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표층적인 종교가 종교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떠난다고 말한다.

“신앙은 지성에도 못 미치는 맹신이나 미신이 아니다. 신앙은 지성을 넘어서는 것이다.”라고 강조해왔던 그였기에 종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진행되는 광화문 태극기 집회가 큰 실망으로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오 교수가 최근 펴낸 개정판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에는 심층종교와 표층종교의 6가지 차이점이 소개돼 있다. △표층종교는 헌금 등으로 지금 그대로 영생복락을 누릴 것을 염두에 두지만 심층종교는 새로운 나로 태어날 것 강조 △표층종교는 무조건적 믿음을 강조하지만 심층종교는 이해와 깨달음 중시 △표층종교는 신의 초월성 강조하지만 심층종교는 신의 내재성도 강조 △표층종교는 신을 밖에서 찾지만 심층종교는 내 속의 신이 진정한 자신이라 여김 △표층종교는 ‘문자대로’ ‘기록된 대로’ 읽고 받아들이지만 심층종교는 문자 너머에 있는 속내를 알아차림 △표층종교는 주로 내세 지향적이지만 심층종교는 ‘지금 여기서’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함이 그것이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광화문 ‘하질 종교인’을 향한 오 교수의 지적은 기독교인뿐 아니라 불교인도 경청해야할 금쪽같은 조언이다.

“종교인이라고 생각 없이 덮어놓고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인일수록 오히려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기 생각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 이것이 참된 믿음이 지향해야할 경지가 아니겠는가.”

mitra@beopbo.com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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