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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중흥의 새바람 상월선원

기자명 이병두

종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고 타락한 고려 불교계 상황에서 원묘국사 요세 스님과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주창하여 전개한 백련결사와 정혜결사가 없었다면 한국불교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등불 역할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결사의 정신과 힘이 이어져 왔기에 조선조 500년 동안의 가혹한 억불‧척불 정책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그 힘든 세월을 견디고, 일제강점기일본불교의 복속 시도를 어렵게 버텨낸 한국불교 앞에는 민족해방 뒤에도 숱한 난관이 가로막고 있었다. 다시 숨을 크게 쉬고 일어나 힘차게 걸어가야 하지만, ‘첩첩산중‧오리무중’이라는 말로도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어둡고 험난한 장애가 놓여 있어서, 500년이 훨씬 넘도록 기운을 소진한 불교가 자칫하면 그냥 쓰러져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기적처럼 다시 일어났다. 그 힘은 1947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펼친 ‘봉암사 결사’에서 발원한 것이다.

현대 한국불교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비구-대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종단인 조계종이 출범한 뒤로도 종권 쟁탈전이 끝없이 이어져서 행정수반인 총무원장이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총무원 직원들은 아예 사직서를 써서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두고 있었다. 바깥세상에서 불교를 바라보는 눈은 ‘싸움을 일삼는 집단’이라는 식으로 차갑기 짝이 없었다.

1994년 봄 개혁불사 이후에는 다행히 그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서 예전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종단의 안정을 흔들어 혼란을 조성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는 무리들이 있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불기 2563년 한국불교계에는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에 앞으로 부처님을 모시게 될 사찰 부지에 천막을 치고 거기에 ‘상월(霜月)’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선원’을 꾸려 아홉 분의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간 것이다.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은 상월선원 개원과 동안거 입재 소식에도 “결사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아냥대지만 오히려 이들이야말로 ‘결사와 수행’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상월선원 동안거 입재를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문에서 “부처님, 당신이 품이 넓고 그늘이 풍성한 나무 한 그루로 깨달음을 이룰 자리로 삼으셨듯이 저희도 이제 널찍한 천막 한 채로 깃들 자리를 삼았습니다. 저희에겐 이 천막이 보리수가 될 것입니다. 서릿발 같은 기상에 달을 벗  삼을 마음만 갖춘다면 당신의 길에서 어찌 물러남이 있겠습니까?”라며,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는 청규를 정하고 미리 총무원을 찾아가 사전 제적원을 제출한 그 굳은 결의 앞에 누구든 고개를 숙이며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동안거 결제에 앞서 어느 스님이 하신 말씀이 가슴을 때린다.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만이 침체된 한국불교를 변화시키는 길이다. 동안거 한 철만이라도 제대로 살아보자!”

스님의 말씀대로 “동안거 한 철, 하안거 한 철만이라도 제대로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점차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이처럼 부처님 제자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거대한 물꼬를 트게 될 상월선원 동안거, 한국불교의 역사를 바꾸는 ‘천년 만에 일어나는 큰 사건[一千年來一大事件]’이 아니겠는가.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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