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참회와 발원의 연말
44. 참회와 발원의 연말
  • 법장 스님
  • 승인 2019.12.02 16:59
  • 호수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복되는 참회와 발원, 자기 합리화가 주된 원인

연말만 되면 한 해 실천 못한
새해의 발원에 참회만 반복해
발원은 자신과의 철저한 약속
작은것 실천하는 습관이 중요

2019년의 마지막이 어느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 가지 계획이나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며 그 계획들은 일상이라는 무거운 짐 속에서 점차 새 빛을 잃어가고 다시금 원래대로의 삶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필자 역시 올해 초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많은 경험을 하려고 했으나 부족한 수행력으로 평상시와 같은 하루하루로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평범한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철저히 관찰하며 주인공의 삶을 살아가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수행의 목표로 한다. 그렇지만 현대의 우리들에게 매일 똑같은 삶보다는 변화와 경험이 보다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12월의 문턱에 막 들어섰지만 한 주 정도만 지나도 주위에서는 송년회 약속을 잡고 2019년과의 아쉬운 헤어짐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간 자주 못 봤던 사람들과의 만남, 직장에서의 모임 등으로 각자의 마무리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송년회의 풍경은 우리가 살아오며 수 없이 경험했고 앞으로도 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였다. 그저 여느 때와 같이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보다는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신을 사유하는 연말을 보내보면 어떨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떤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반드시 그 일에 대한 감상이나 반성을 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보다 중요한 한 해 동안 자신의 일에 대해선 주위의 약속 등으로 소홀하게 지나치는 일이 상당하다. 1월에 세웠던 계획이 잘 이루어졌는지, 주위사람들에게 소홀했던 일은 없었는지, 가족들과 어떻게 올 해를 보냈는지 등 우리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을 2019년 동안에 해왔다. 그러기에 연말 동안 여러 약속과 함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었으면 한다.

불교에서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참회(懺悔 kṣamā)라는 것을 한다. 참회는 지난 날에 있었던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반성함으로써 앞으로의 자신을 새롭게 준비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그렇기에 수계식에서는 새롭게 불교인으로서의 출발에 앞서 반드시 참회진언을 외우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몸과 마음으로 참회하여 내일의 자신이 그러한 일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와 약속을 한다. 이렇게 깊은 참회가 이뤄진 다음 수계 후의 자신에 대한 약속인 바로 발원(發願 praṇidhānaṃ)을 하게 된다. 발원은 누군가의 강요나 외부의 영향에 의한 것이 아닌 철저히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자신과의 약속이 가장 지키기 어렵다. 오늘만 쉬고, 오늘만 빼먹고 등의 자신에 대한 배려와 같은 타협을 통해 자기 합리화를 한다. 불교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하여 수계의 발원 후에 여러 단계의 수행을 설정해 두었다. 무엇이든지 한 번에 전부를 이룰 수 없기에 한 걸음씩 올라갈 수 있는 단계를 두어 조금씩이라도 수행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의 참회나 발원은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 매년 지난 한 해를 아쉽게 떠나보내고 다소 부푼 마음으로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신의 발전이나 보다 나은 삶의 영위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잘 챙겨야만 한다. 2019년을 보내기에 앞서 길고 길었던 한 해를 다시 떠올려보며 잘 했던 일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안 좋았던 일은 그 원인을 깊이 생각해서 다가올 새해에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2020년이라는 한 해를 2019년보다는 한 걸음 나아간 곳에서 맞이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어느 샌가 긴장감이 사라지고 똑같은 삶이 다시금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고 준비한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이라는 길 위에서 한 걸음 나아가게 된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