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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이귀숙(57, 혜명심)-상

기자명 법보

서운암서 철야정진 기억 떠올라
해남사서 21일 21독 정진 동참
스스로 채찍질 하며 매일 21독
‘금강경’ 본격적인 발원한 계기

57, 혜명심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가는 지난 10월24일부터 시작된 울산 해남사의 ‘금강경’ 21일 21독 독송 대법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경험한 수행담을 짧은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올해 봄학기에는 해남사에서 ‘금강경’ 수업을 받았다. 그 수업을 받게 되면서 비로소 예전 통도사 서운암에서 철야정진을 하며 ‘금강경’ 독송을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내용도 모르고 뜻도 새길 겨를 없이 독송에 매진한 시절이었지만 당시 느낀 환희심은 상당했다. 그때 ‘금강경’ 기도를 하던 시기는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시는 3년 동안이었다. 이 기도 기간 중 아이가 어렵게 준비한 취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다음 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금강경’ 공부는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정진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도 해남사에서 ‘21일 금강경 기도 대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법회가 기다려지고 설렜다. 꼭 동참하리라 마음속 깊이 나 자신과 약속을 한 것은 물론이다. 

목표는 분명했다. 무조건 21일 동안 하루 21독을 완독해야 하겠다는 각오였다. ‘금강경’ 독송법회에 입재 한 이후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날마다 21독을 완독하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21독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스스로와의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다. 어떤 날은 하루를 넘겨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해서 21독을 완성한 날도 있었다. 동생이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왔지만 만나지도 못했다. 만나면 그 21독을 채울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완성하면서 어느덧 회향까지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 감동과 환희심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벅차다. 

이번 ‘금강경’ 독송법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가 있다. 결혼할 나이가 된 큰 아이가 좋은 배우자 만나길 바라는 발원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 내면의 마음속 불안과 초조한 마음, 걱정과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비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말은 쉬운데 실천이 가장 어려웠다. 여러 가지 생각들로 오랫동안 헤매기만 했던 나는 ‘금강경’ 독송을 매일 꾸준히 하면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경험했고 수행 자체가 삶의 안정감을 되찾아 준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금강경’부터 시작해서 기도를 줄곧 이어갈 생각이다. 이번 수행에 동참한 기회를 계기로 가정과 일터에서 틈나면 ‘금강경’을 읽으며 마음공부를 하고자 한다. ‘금강경’ 기도를 하면서 날이 지날수록 산란한 마음은 없어지고 공부하는 습관에 익숙해졌으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환희심을 이어 좀 더 열정적으로 기도에 몰입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나 자신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주신 해남사 주지 혜원 스님과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환희심과 행복한 순간들을 끊임없이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다. ‘금강경’ 독송법회를 회향한 이후에도 꾸준히 ‘금강경’ 공부를 하고자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강경’을 손에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늘 읽으며 그 가르침의 깊이를 새겨 ‘금강경’의 지혜를 나침반으로 삼고 싶다. 

회향일을 앞두고 주지스님께서는 기도에 동참한 신도들에게 자발적으로 수행기를 써 보라고 권해주셨다. 아니, 수행기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그동안 기도하며 느낀 바를 부처님께 편지를 쓰듯이 써보라는 제안이셨다. 그래서 두서없지만 나의 마음을 적고자 노력했다. 사실 젊은 시절에는 딸 둘을 키우면서 도시락 편지를 썼었다. 아이들이 저녁마다 준비물을 챙길 때 그 모습을 보면서 편지를 쓰고 아침마다 필통 주머니에 넣어 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몇십 년 만에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들어 글을 쓰는 마음은 참 설레고 행복했다. 부끄럽지만, 한번 써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모두 두 아이 덕분인 것 같다. 그래도 두서없이 쓴 글이 무척 부끄러워 꺼내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다만 기도에 동참한 불자님 그리고 동참하지 않았던 불자라 하더라도 마음이 모두 같으리라 짐작하고 용기를 낸다.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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