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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수초 스님이 남긴 어록 국내 최초 번역

  • 불서
  • 입력 2019.12.09 11:40
  • 호수 1516
  • 댓글 0

‘동산수초어록’ / 영곡 스님 역주 / 민족사

‘동산수초어록’
‘동산수초어록’

“오늘 대답하고서 큰스님께 세 방 얻어맞았는데 도대체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은 후 운문문언 스님의 “밥통아! 강서와 호남을 바로 이렇게 따지는 거냐?”는 말끝에 활연대오하고, “이후에 인가가 없는 곳에 암자 하나를 우뚝 세워 놓고서, 한 톨의 쌀도 모아 놓지 않고 채소 한 포기조차 심어 놓지 않고서도 온 천하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접대하되, 그들에게서 몽땅 못을 빼고 쐐기를 뽑아내 주며, 기름때에 찌든 모자를 벗겨버리고, 액취 나는 저고리를 벗겨주어서, 그들을 쇄쇄낙락한 납승이 되게 할 것이니, 어찌 통쾌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웃었다.

이에 운문 스님이 “너의 몸은 야자 만한데, 입은 엄청 크게 벌리는 구나!”라며 마주 웃게 함으로서 ‘동산삼돈(洞山三頓)’의 화두를 탄생시킨 동산수초(洞山守初, 910∼990) 스님의 어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됐다.

동산수초 스님은 중국 오가칠종 가운데 운문종을 개창한 운문선사의 제자이자, ‘마삼근’ ‘동산삼돈’ ‘동산오대’ ‘동산전자’ 등의 화두로 알려진 선지식이며, 국내에서는 그의 어록 전체를 번역 출간한 전례가 없다.

동산 스님은 운문 스님에게 인가받고 운문산을 떠나 양양 동산사에서 40여 년을 주석했다. 이때 수많은 납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운문 스님과의 법거량 끝에 ‘동산삼돈’의 공안을 탄생시킬 때 했던 말이 그저 입만 엄청나게 크게 벌린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해보였다. 이때 981년에 석공과 조공이 황제에게 글을 올려 동산의 뛰어난 도행을 알리고 아울러 나라를 교화해 성인의 교화를 더욱 두터이 했음을 알리자, 조정에서 종혜선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자색가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책 ‘동산수초어록’에서 동산 스님이 사용하는 일구(一句)의 면모를 보면 정교하면서도 간결함이 돋보인다. 또한 활용하는 활구는 압축미가 넘쳐난다. 따라서 어록에서 그 정교한 도풍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어록 속 법거량을 통해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몸소 학인들을 점검하고 살폈음도 확인할 수 있다.

경남 통영에서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선어록을 번역하며 이 책을 선보인 영곡 스님이 “동산 스님 말씀처럼 어록은 말라 비틀어져 아무런 맛이 없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지만, 치연(熾然)하게 공부에 매진하는 수행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듯, 책은 수행자들의 공부에 참고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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