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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수술 중 뇌종양 발견…심근경색으로 남편 잃어

  • 상생
  • 입력 2019.12.09 14:49
  • 수정 2019.12.09 14:50
  • 호수 1516
  • 댓글 0

부산 거주 조선족 김정화씨
일하던 중 기계 사고로 다쳐
2년 걸친 수술·치료로 고통
뇌종양으로 5년째 투병 중 

일하던 중 큰 사고를 당한데 이어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김정화씨. 그는 한달전 심근경색으로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 보냈다.
일하던 중 큰 사고를 당한데 이어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김정화씨. 그는 한달전 심근경색으로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 보냈다.

부산 운수사 대웅보전 영단을 향해 두 손을 모은 김정화(50)씨가 눈시울을 훔쳤다. 김씨는 24년 전 고향인 중국 심양을 떠나 결혼과 함께 부산에 정착한 조선족이다. 낯선 땅, 서툰 한국말로 힘들었던 삶에 의지처가 되어준 남편은 성실한 가장이었다. 월세방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빠듯한 수입으로 맞벌이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희망을 꿈꿨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팍팍한 삶에도 행복이 되었으며, 항상 서로를 먼저 위하는 부부의 정이 고난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김씨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심근경색이었다. 24년의 결혼 생활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데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낸 충격은 적지 않았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는 손 위로 김씨의 이마가 드러났다. 마치 구겨진 종이처럼 흉터자국이 선명했다. 김씨은 5년 전 평소처럼 공장에서 일하던 중 머리카락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두피가 떨어져 나가 겨우 생명은 건질 수 있었다. 대신 2년에 걸친 오랜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머리 깊숙이 박힌 뇌종양까지 발견됐다. 떨어져 나간 두피 탓에 감기지 않는 눈으로 잠을 청해야 했고, 피부 이식 수술 이후에도 피부 결이 고르지 못해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뇌종양이 커지면 당장 수술실로 가야 했기에 하루하루 긴장 상태를 놓을 수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지난 5년의 투병 생활 속에서도 김씨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24시간 근무 후 교대하는 기술직에 종사하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늘 아내의 건강을 더 염려하는 남편이었다. 그래서 김씨는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떡을 냉동실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 것도 고마움을 전하는 작은 표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울린 전화로 그녀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남편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고 있다는 비보였다. 결국 남편의 심장은 다시 뛰지 못했다. 통곡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빠듯한 살림에 5년간 투병생활까지 해 온 그는 언제 다시 큰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딸은 대학수업이 마치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야간 단기근무를 시작했다. 김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부산 백양산 운수사를 찾아갔다. 운수사는 불자인 그가 종종 남편과 함께 산책하던 사찰로, 딸의 수능시험을 앞두고 100일 기도를 올린 도량이기도 했다. 운수사 주지 범일 스님은 김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듣고 정성을 다해 49재를 올리고 있다. 

불자들의 정성이 김정화씨 모녀에게 닿아 하루빨리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감로의 법구가 되길 발원해 본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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