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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기복불교 중요성

기자명 이제열

“기복 활발해야 한국불교도 산다”

불교 지탱해온 건 기복성
초기경전에도 기복 다수
기복 약화가 곧 불교약화

오랜 세월 포교와 전법을 함께 해온 동료 법사님을 만났다. 평소 구도의지가 강하고 불교를 걱정하는 마음도 남다른 분이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야기는 평소의 만남처럼 불교의 앞날을 걱정하는 쪽으로 흘렀다. 그러다가 기복불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는 우리 한국불교가 이렇게 퇴보하게 된 이유의 하나로 신도들이 기복으로만 치우쳐왔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런데 나는 법사님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한국불교는 기복성 때문이 아니라 기복성이 약화되고부터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불교는 바라밀을 실천하는 종교이지 기복을 하는 종교가 아니라면서 복을 비는 기복(祈福)을 할 것이 아니라 복을 짓는 작복(作福)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런 불교관에 동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불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지탱해 오게 된 것은 그나마 불교가 기복을 인정했기 때문이며 작복 또한 기복 없이는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리는 것도 기복행위이며, 불사를 하고 보시를 하는 것도 기복행위이다. 불교에서 기복을 빼놓는다면 살 없는 뼈다귀 불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불교의 기복성은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행위라고 하였다. 법사님은 불교가 발전하려면 교리를 이해시키고 수행을 지도하고 보살도를 닦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였다. 나는 법사님의 굽힐 줄 모르는 견해에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법사님은 한 번이라도 부처님께 몸에 병 없기를 기도하고, 가족이 평안하기를 기도하고, 여러 가지 고난 없기를 기도한 적이 없습니까?”

그러자 그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불교는 자력이지 타력이 아닙니다. 성불 발원이나 하면 모를까 다른 것을 빈 적은 없습니다.”

나는 이 같은 답변을 듣고 더 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복을 바라밀과 대치되는 행위로 보고 기도를 타력 신앙으로만 여기는 그의 관점은 문제가 크다.

부처님 당시의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불교가 얼마나 기복을 추구하는 종교인지 가늠케 한다. 사왓띠에 부처님을 신봉하는 어떤 부호의 어린 아들이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할 때마다 입으로 “나무불”하고 외우면서 구슬을 쳤다. 그러면 그때마다 신기하게 아이의 구슬은 상대방의 구슬을 때려 결국은 모든 친구들의 구슬을 땄다. 이에 부모가 부처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리자 부처님은 철모르는 어린 아이도 부처를 생각하면 복을 받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또 한 예로, 병이든 아이를 안고 찾아온 어머니에게 의사는 얼마 못가 당신의 아들이 죽게 될지 모르니 부처님을 찾아가 살 수 있는 길을 여쭈어보라고 한다. 이에 아이 어머니가 부처님을 뵙고 아들이 죽지 않게 도와달라고 간청을 하자 부처님은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아들과 함께 정사에 남아 여래의 설법을 들으라고 말한다. 며칠이 지나 죽음의 신이 그 아이를 데려가려 했으나 부처님의 지시로 정사에 머무르는 아이의 생명을 빼앗아갈 수 없다고 판단해 죽음의 신이 그냥 돌아갔고 아이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경전에는 이와 같은 기복적 사건들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부처님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중생은 살아서 복을 받으며 죽어서도 결코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경전 곳곳에서 말씀하셨다.

요즘 불교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예전에 불자들이 기복성이 강할 때에 불교는 융성하고 신심들이 강했다. 요즘 사찰에는 보시가 들어오지 않는다. ‘회비불교’로 바뀐 지 오래이다. 시골의 사찰들은 운영하기 어려워 폐사되기 직전이다. 스님들과 불자들의 마음에 기복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복불교가 살아야 한국불교도 산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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