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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법 개정, 불교 재산권 확보 활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2.16 13:24
  • 호수 1517
  • 댓글 1

국도 38호선의 신설과 확장으로 두 번 연속 피해를 입은 사찰이 있다. 삼척 안정사다. 30년 전 국도 38호선 신설로 사찰토지를 수용당한 안정사는 198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그런데 이내 시련이 또 다시 닥쳐왔다. 2007년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국도 38호선 4차선 확장공사를 추진하면서 사찰 경내지를 편입시켰고, 이로 인해 경내지 1만4392㎡(4300여평)를 강제 수용 당했다. 놀라운 건 도로확장공사에 따라 만들어지는 부체도로가 대웅전 앞 경내지를 관통한다는 점이다. 가람이 분해되는 상황이니 원래의 사찰 기능은 상실된다고 봐야 한다. 가람수호에 진력한 안정사는 12년의 고단한 법적 소송 끝에 2019년 11월 ‘경내지 도로구역 결정 처분’이 위법임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공용수용·보상제도는 1962년 1월 토지수용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익사업 인증 검증절차도 있고 보상도 하고 있으니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업인증 검증 과정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건 해당사업으로 인해 얻어지는 공익과 그로 인해 상실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하는 부분이다. ‘달성되는 공익이 상실되는 사익에 최소한 동일하거나 그 이상’일 경우 제한적으로 사유재산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 이 법의 핵심은  ‘공익’인데 공익에 대한 해석, 우선순위가 불명확하다. 따라서 ‘재산권 보호’와 ‘공익사업’ 간의 충돌로 인한 갈등은 매년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용수용권을 다루는 법이 토지수용법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토지보상법 외에도 공용수용권을 부여한 개발법은 110개에 이른다. 공익성 개념을 확대하며 공익사업을 인정하는 입법을 증가시켜온 데 따른 것이다. 이 중 ‘사업인정 의제’를 두고 있는 법은 9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쉽게 말해 개인의 사유재산을 수용할 때 필요한 토지소유자 의견청취,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도 목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90여개에 달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법만도 5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일례로 도심 실내 골프연습장을 지을 때도 지자체장이 체육시설로 지정하면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수용권이 생길 수도 있는 지경이다. 공익성 검증 없이 수용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척 안정사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찰 또한 공용수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일반 민간보다 사찰이 더 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민간은 토지보상법에 명시된 ‘이주대책’에 해당하는 나름의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종교단체를 위한 이주대책 규정은 없다. 사업시행자의 재량사항이다. 

사찰 이전은 아파트에서 사는 한 가정이 이사하듯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찰 대표 전각인 대웅전을 보자. 목재 전각일 경우 해체, 운송, 복원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대웅전 안에는 불단, 삼존불, 탱화 등도 포함돼 있다. 사격에 따라 불상이나 불화가 문화재일수도 있다. 고미술품 운송에도 보험을 들여가며 옮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재급, 또는 성보를 이운한다는 건 비용면에서도 녹록하지 않다. 

전각 이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일정공간을 정비하고 가꾸어 도량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엄청난 불사비가 투입된다. 그리고 사찰 전각이 어디 대웅전뿐인가? 그럼에도 현행법상으로는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길이 전무하다. 창건한지 오래됐거나 대규모 불사를 한 사찰도 민간 수준 혹은 그에도 못 미친 수준의 보상 및 이주금액이 책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불교보전연합회가 추진하고 있는 ‘토지보상법 개정’은 불교계의 권리를 찾는 것의 다름 아니다. 각종 개발법은 차치하고라도 토지보상법에서만이라도 사찰 특성을 고려한 피해보상, 기존 사찰 존치를 염두에 둔 개발계획 수립, 민간과 동일 혹은 그 이상 수준의 이주 및 생활대책 수립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불교계 재산권을 찾는다고 보면 조계종을 비롯한 전 종단이 법 개정에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아울러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 단체를 향한 각 종단의 물심양면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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