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오해와 왜곡, 그리고 착각의 점(點)들이 이어진 선(線)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지에 의한 인류 보편의 오해, 승자에 의한 사실의 왜곡, 여기에 자기중심적으로 착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기에 학문도 끊임없이 수정되고 새롭게 해석돼 왔다.

종교음악의 역사도 다르지 않았고, 궁극적으로는 신비적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소리의 발생과 음을 인식하는 인간의 원초적 행위와 의례화에 이르기까지 궁금증 또한 끝이 없다. 그래서 그레고리안찬트, 바하의 푸가, 한국의 가야금과 대금 산조를 비교해 전선법·전조·변조과정을 연구하는 한편 음악인류학을 공부했음에도, 스스로를 초보자라 여겨 지구촌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보고 들은 이가 있다. 작곡가 겸 음악인류학자 윤소희 박사다. 

‘인류학으로 바라본 음악의 세계 Ⅰ’이라는 부제를 붙여 ‘문명과 음악’을 펴낸 윤 박사는 훗날 돌아볼 때 얼마나 많은 오류와 수정사항이 있을까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성장에 선학들의 부족함이 지렛대가 되었듯, 자신의 부족함이 후학들의 비판거리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겠다는 생각에 책을 선보였다.

저자는 “좀 서툴더라도 일단은 내가 잡고 있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헤매다보니 음악은 노래가 출발이고 노래는 말에서 비롯되었음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이 말 저 말을 공부하다 보니 떨어져 있던 섬들이 한 덩어리 지구가 되어 돌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문명과 음악을 주제로 한 책에서 서기전 7500년 무렵 아나톨리아어로부터 농경과 경제 확산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로 퍼져 나온 인류 언어의 이동까지 폭넓게 아우른 이유다.

그래서 프롤로그와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책은 ‘발로 터득하는 음악인류학’ ‘언어를 통한 음악인류학적 담론’을 시작으로, 1장 ‘우주와 인류 그리고 음악’, 2장 ‘동서 문화의 접점 아라비아 음악’, 3장 ‘같고도 다른 동서 음악의 세계’, 4장 ‘한국의 불교음악’ 등 인류학적 시각으로 음악의 세계를 바라본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강 문명, 이슬람문화, 그리스문명, 인더스문명, 황허문명과 음악의 상호관계를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소개해 독자들에게 각각의 문명과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특히 4장 ‘한국의 불교음악’에서는 “우리 문화에 숨어있는 인도문화와 불교의 고리가 상상 이상으로 선명하고 구체적이어서 놀라게 된다”고 했듯, 음악에서 발견되는 인도문화를 살펴 한국 불교음악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혔다.

저자의 학문은 책상을 딛고 나와 체험하고 겪은 것에 대한 탐구이자 사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건조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임에도 읽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동양과 서양, 특히 불교를 비롯해 각 종교의 음악을 인류학적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3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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