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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강정숙(60, 선혜명)-상

기자명 법보

1991년 ‘법화경’으로 사경 시작
‘반야심경’ ‘지장경’ 등 이어가다
어머니 49재때에 다라니 사경 
극락왕생 발원하며 100일 정진

60, 선혜명

저녁 10시. 향을 사르고 잠시 명상에 잠겼다. 사경을 시작하기 전 몸과 마음부터 가다듬는다. 선망부모조상님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사경에 들어간다. 대개 11시에 사경을 끝낸다. 하루 중 가장 경건한 시간이다.

사경수행을 시작한 때가 1991년이었으니 28년째다. 예전 같으면 강산이 3번 변하는 시간을 거친 셈이다. 중간에 잠시 쉰 적이 있으나 거의 지속적으로 사경했다.  

아는 선배의 동생이 비구니스님이셨다. 스님께서 ‘반야심경’ 사경집 10권을 주면서 인연 있는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는데, 내게로 왔고 내가 사경을 접한 계기가 됐다. 그런데 첫 사경수행은 ‘반야심경’이 아니라 ‘법화경’으로 했다. ‘법화경’을 읽으면서 묘한 체험을 한 터라 ‘법화경’으로 시작했다. ‘법화경’ 한 권을 끝내고 ‘반야심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지장경’ ‘광명진언’을 이어가다 현재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을 하고 있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은 2016년에 시작했다. 그해 1월30일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2월6일부터 49재에 들어갔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어머니를 위한 사경이었다. 당시 ‘반야심경’을 사경하던 중이었는데 새로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집을 사서 오로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며 써나갔다. 매일 한 장씩 100일분이었지만 49재 회향일 전날 끝내기로 하고 부지런히 정성껏 썼다.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100페이지를 써나가는 동안 하루도 울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글이 얼룩으로 번져 나갔지만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우는 건지, 어머니께서 우시는 건지…. 나도 울고 어머니께서도 우셨기 때문일까? 49재 회향일 어머니 영정 앞에 사경집을 올려놓았다. 스님께서 효심이 지극하다고 하셨지만 어머니께 사경집 밖에 드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사경을 하면서 3년 후 꼭 우리 곁에 오시라고 빌고 또 빌었다. 지난해 2월 어느 날 꿈에 어머니께서 나타나셨는데 점점 작아지더니 예쁜 여자아기로 변했다. 그 모습이 큰언니 백일 사진 모습과 똑같았다. 생생했다. 혹 조카며느리가 임신하려는가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후 조카며느리의 임신 소식이 들렸고 예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자꾸 어머니의 환생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꿈에서 보인 모습이 바로 큰언니의 어렸을 적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정말 많다.

이후 다라니 사경을 계속하고 있다. 한번 시작한 사경집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꼭 끝을 맺는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외국 여행 갈 때도 사경집을 가져갔고 호텔에서 사경했다. 사경을 하면 업장이 소멸된다고도 하고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고도 한다. 업장이 소멸된 건지, 몸의 나쁜 기운이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다. 전생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좋은 인연을 맺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그것이 좋은 일이고, 몸에 병이 없으면 나쁜 기운이 빠져나간 것일 수도 있다. 곁에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면 그것이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2013년의 교통사고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사고 규모에 비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사고로 보면 거의 반신불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얼굴 안면 오른쪽 부분을 수술하는 걸로 가볍게 처리됐다.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한 경찰부터 119구조대, 병원에서 처음 마주친 낯선 의사, 수술을 담당한 의사와 병실에서 함께 지낸 이웃들까지 정말 좋은 만남들이었다. 그때 병실에서도 사경을 했다. ‘지장경’이었다. 사경 덕이었을까? 경과가 좋았고 후유증도 전혀 없었다. 잊혀 지지 않는 일은 퇴원 전날, 병원 법당에서 기도하는데 갑자기 온 몸이 뜨거워지더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잠시 후 시원한 바람이 한 차례 불고 몸이 씻은 듯이 개운했다. 스님께서 내가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믿는다.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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