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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기자명 금해 스님

모든 일은 마음서 시작됨에도 
그것을 알지 못해 고통 얻어
마음이 무얼 만드는지 살펴야

어린이 법회에서 봉사하시는 김보살님이 절에 올라왔습니다. 시골 사시는 친정 아버지가 전립선암 초기라 수술을 했는데, 건강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일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큰 병원에서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마약성분이 있는 가장 강한 진통제를 써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수술하러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광에 대못을 박았는데, 광을 건드려서 내가 아프다’며 이상한 이야기만 계속 하신다 합니다. 김보살님은 이런 미신적인 이야기를 스님께 하면 혼날 줄 알지만, 어머니가 너무 아파서 잠도 못자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까지 들린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무속적인 신앙에 익숙한 어머니에게 어떠한 논리적인 이야기도 소용없을 겁니다. 

저는 기도 후에, 부처님 전에 올린 청수를 담아 주며, 집안 곳곳에 뿌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옴 마니 반메 훔’진언을 써서 주며, 광에 붙이라고 했습니다. 21일 동안 아침마다 청수를 떠놓고 삼배를 올리고 그 물로 집안에 뿌리라고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평소 익숙할 만한 방편은 다 드린 셈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김보살님이 정말 신기하다며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극심한 고통이 말끔히 나으셨고 이명도 사라지고, 멀쩡하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합니다. 모든 일은 마음 가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나쁜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강하게 사로잡습니다. 그래서 토정비결이나 일체 잡다한 점 같은 것도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순식간에 구렁에 깊이 빠지고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마음에서 병이 시작됩니다.

오쇼 라즈니쉬라는 인도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자신의 뱃속에 파리 두 마리가 있으니 잡아달라고 합니다. 인도의 수많은 의사를 찾아갔지만 모두 상상이라고 하거나, 그의 머리가 잘못되었다거나 또는 미쳤다고 했습니다. 무어라고 하던 간에 그의 뱃속에서는 파리 두 마리가 온몸속을 헤집고 다니고, 귀에서는 “윙윙”하는 파리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자기는 절대 미치지 않았지만, 곧 미칠 것 같다고 했지요.

라즈니쉬는 그에게 파리가 뱃속에서 길을 찾아 나올 수 있도록, 침대에 누워서 배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파리가 길을 찾아서 그의 입으로 나오면 자신이 파리 두 마리를 잡겠다고 했지요.

그 남자가 눈을 감고 누워서 배를 쓰다듬고 있는 동안 라즈니쉬는 파리 두 마리를 잡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온 집안을 뛰어다녔습니다. 마침내 파리 두 마리를 잡아서 유리병에 담을 수 있었고, 남자의 손에 병을 쥐어주었습니다. 

“당신 뱃속의 파리가 입으로 나오는 걸 내가 겨우 잡았소. 이것이 당신 뱃속에 있던 파리 두 마리요.”

남자는 병을 들고 자기 말이 맞았다며 기뻐했습니다. 물론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병이 깨끗이 나았습니다.

뱃속이나 광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파리와 대못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모두 마음에서 시작된 것을 알지 못하기에, 실제 현상을 만들고 무서운 병을 만들어 스스로 죽음과 같은 고통을 얻습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를 갖추지 못한다면, 누구나 다 똑같습니다.
 

금해 스님

‘내 마음에는 파리나 대못이 없다’고 확고하게 자신할 수 있습니까? 자신의 마음이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을까요?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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