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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부처님의 위대한 열 가지 면모(끝)

기자명 김정빈

이 시대에 맞는 여래십호 중 첫 번째는 ‘헌신자’

현대인들에겐 외재적 관점 중요 
신여래십호 생각해 제시한 이유
보살행 실천 십호중 으뜸은 헌신 
둘째는 보통사람, 고통슬픔 느껴
셋째는 구도자, 출가해 수행정진
고행자, 명상가 등도 십호중 하나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필자는 그동안 4년에 걸쳐 ‘법보신문’에 원고를 써왔다. 첫해에는 불교의 미래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토론했고, 그 뒤부터 3년간은 매달 동양, 서양, 현대, 불교 인물이 남긴 일화를 소개한 다음 불교 교리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짚어보았다.

그 과정에서 부처님과 그분의 주변 인물을 다룬 적이 많았지만 다시 부처님으로 되돌아와 글쓰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부처님의 일생은 단 1회로 논급할 주제는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인 부처님. 찬탄을 올리고 올린 다음 또다시 찬탄을 한다 해도 부족한 이 위대한 분을 어떻게 짧은 글 한편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위대함은 중국 불교에서 그분의 일생을 팔상(八相)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탄생일, 출가일, 성도일, 열반일을 네 명절로 기념하는 것으로 찬탄되었다. 초기불교 시대에 성립한 여래십호(如來十號)에서는 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라는 열 가지 명호로써 찬탄한다.

이중 부처님의 위대함을 가장 세밀하게 논하는 것이 여래십호인데, 문제는 여래십호가 불교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부처님의 면모라는 점이다. 바꿔 말해서 이 관점은 우리 불제자들에게는 감동적일지 몰라도 불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호소력이 약하다.

종교를 보는 관점에는 밖에서 보는 관점(외재적 관점)과 안에서 보는 관점(내재적 관점)이 있다. 이 두 관점 중 고대에는 내재적 관점만이 존재할 뿐 외재적 관점에서의 정밀한 고찰 내지 비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는 외재적 관점이 더 중요하며, 우리 불제자들에게 있어서도 그 점은 일정 부분 유효하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여 필자는 불교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종합하여 여래십호를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필자가 생각해본  ‘신-여래십호’는 다음과 같다.

① 헌신자 : 까마득한 전생, 전전생에 보살행을 하시던 때의 부처님(내재적 관점).
② 보통사람 : 싯다르타 태자로 태어나 보통사람과 똑같이 심신의 아픔, 슬픔을 느끼시는 부처님(이하는 외재적 관점).
③ 구도자 : 보통사람으로부터 출발하여 그를 초극하기 위해 집을 나와 수행을 하시는 부처님.
④ 고행자 : 아직 고행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하고 여느 수행자들을 뒤따라  수행하시던 시절 6년간의 부처님.
⑤ 명상가 : 고행의 문제점을 간파하신 다음 당신만의 명상 수행법을 찾아내신 부처님.
⑥ 각자 : 보리수 아래에서 대각을 성취하여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자가 되신 부처님(내재적+외재적 관점).
⑦ 교육가 : 깨달음을 성취하신 후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 혹은 성인으로, 혹은 보다 진보된 인격체로 성장시키신 부처님(이하는 외재적 관점).
⑧ 철학자 : 다른 종교인들과의 논변을 함에 있어서 가장 정교하고 정밀하게 논리를 펼치신 부처님.
⑨ 입법가 : 율장을 세세하게 제정하신 부처님. 율장은 승단을 운영하는 법률이다.
⑩ 승리자 : 사라쌍수 아래에서 입멸하시는 부처님. 그 입멸은 일반인들의 죽음과는 달라서 죽음에 의해 끌려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성취하신 것이다(내재적+외재적 관점).

필자가 제안한 신-여래십호에서는 내재적 관점이 포함되는 명호는 셋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재적 관점에서의 명호이다. 가능한 한 내재적 관점의 명호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정했지만 불심이 돈독한 불제자, 내재적 관점을 더 중시하는 불제라자면 다른 항목을 추가하여 여래십일호, 여래십이호 등을 제안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신-여래십호는 그 하나하나마다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각 항목마다 5가지 면을 고찰하여 원고를 쓸 경우 원고 량은 50회에 이를 것이며 이는 본란의 1년 치 원고량이 된다. 하지만 어떤 항목은 5가지 면의 고찰로 충분한 데 비해 어떤 항목은 그 항목 하나만으로도 1년간 연재를 해도 될 정도로 풍부한 논의 주제들이 숨겨져 있다.

신-여래십호는 내재적, 외재적 관점으로도 분별되어 있고, 외재적 관점은 세속적 관점을 의미하는데, 이를 불교적 표현으로 바꾸면 외재적 관점이란 속제(俗諦)의 관점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불제자들이 알고 있듯이 불교는 진리를 세속제와 승의제(勝義諦)로 분별하며, ‘으뜸가는 진리’라는 의미를 가진 승의제는 진제(眞諦)라고도 불린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고대에는 진제가 속제보다 중요했고, 지금도 우리 불제자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불교인이 아닌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속제로서의 설득이 먼저일 수밖에 없으며, 우리 불제자의 입장에서도 속제의 의미는 현대에 이르러 고대에 비해 훨씬 중요해졌다.

바꿔 말해서, 비불자들은(그리고 불제자들 또한) 신-여래십호의 여덟 항목을 차지하는 속제들을 통해 부처님을 보다 더 잘 알게 된다. 즉 그들은 ②보통사람으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그분을 보다 더 친근하게 느낄 것이고, ③구도자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될 것이며, ⑤명상가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오늘날 힐링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명상에서 부처님이 전무후무한 위대한 스승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⑦교육가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모두가 교육가인 인류의 4대 스승들 중에서도 더욱이나 수승한 부처님만의 교육법을 알게 될 것이며, ⑧철학자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그분이 까마득한 고대 시절에 얼마나 현대적인 사고를 하셨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⑨입법가로서의 부처님을 통해 부처님이 제정하신 율장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지를 알게 되어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의 위대함을 나열하기만 할 뿐 각각 항목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지면 관계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니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불제자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드리면서 기회를 주신 ‘법보신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연재를 마친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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