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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다문화가 우리다] 다불련 창립 의미와 역할

기자명 남춘호
  • 새해특집
  • 입력 2020.01.02 14:03
  • 수정 2020.11.30 11:08
  • 호수 1519
  • 댓글 0

재한이주민법당·스님들, 불교 이주민 운동의 중심축될 것

새로운 시대 여는 신호탄 기대
사회적 약자 아닌 ‘종교공동체’
이주민의 당사자 운동 확대 계기
다양한 협력관계 구축 노력 필요

초연결사회는 IT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체류외국인이 25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국내에서 국외로 연결된 링크가 250만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지난 12월 초,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이하 다불련)가 창립했다. 다불련은 외국법당을 회원으로 하는 연합체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과도 같다. 창립에 즈음하여 이주민의 역사가 가진 의미를 되새기고 그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최초 유입시기를 1986년 아시안게임 또는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시기에 열린 국제행사에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온 것이다. 방문객 중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올림픽 기준으로 계산하면 1만1417일, 31년 3개월이 지났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 이주민의 인권(노동인권, 결혼이민여성의 인권)과 관련해 많은 실험과 시도가 있었고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 중국을 제외하면 이주민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는 캄보디아, 미얀마 등 불교 국가에서 많이 들어온다. 아시아가 불교문화권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이러한 실정이지만, 실제 이주민 운동이나 관련 정책에서 불교계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개신교나 가톨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필자는 조계종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이하 마주협) 전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외국인 스님들과 외국법당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들이 불교계 이주민운동에서 하나의 축임을 직감했다. 2016년 전국의 외국인 법당 현황과 유래를 조사한 결과, 전국에 26개 이상의 법당이 활동하고 있었다. 시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1996년 이후 각 국가의 외국인 스님들이 국내에 오면서 외국법회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기 외국법회는 한국사찰의 한 공간을 빌려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는 독립적인 장소인 빌라, 상가 건물 등에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러다가 최근 5년여 정도부터는 자국의 문화양식을 반영한 독립적인 사찰을 짓기 시작하였다. 현재 다불련 초대회장을 맡은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의 담마끼띠 스님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불교계 이주민들이 한국 불교계나 사회단체에 손을 내밀기 전에 또는 동시에 자국 종교공동체에도 도움을 청했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형태는 타 종교(개신교, 가톨릭)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독특한 사회구조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라 지칭되는 이주민을 대변하기 위해 새롭게 출범하는 단체가, 한국인이 아니라 자국 출신의 스님과 종교공동체라는 점은 놀라운 변혁이다. 개인적으로 놀랍기도 하고, 좋으면서도 변수도 너무 다양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잘 예측되지 않는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내려놓고, 곰곰히 생각하니 이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게처럼, 한국사회에서 여덟 국가 종교인이 ‘새로운 사회의 탄생게’를 선언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만들어질 세상에는 한국 사찰 주도가 아닌 외국 법당이 주도하며, 한국인이 아니라 이주민들의 당사자 운동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많은 불자와 시민들이 다불련에게 기대하는 바는 많을 것이다. 그 중 중요한 세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1) 이주민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다불련의 시각 제시, 2) 외국법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 마련, 3) 다양한 협력체계 마련 등이다.

다불련은 이제 자신들의 언어로 ‘한국사회의 이주민’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이주민에 대한 정의는 한국 단체들이 대변한 것이었다. 다불련이 스스로 이주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새로운 정의에 따라 새로운 활동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과 원주민이 모두 동의하며 따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다불련이 해야 할 역할이자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이와 함께 다불련 회원인 외국법당은 기반강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당 운영 메뉴얼과 실무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신도회나 법당운영이 체계적으로 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특히 본국과 다른 환경에 여러모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의 순환정책에 있다. 즉 신도들이 일정 기간 후 본국으로 돌아가니, 기존의 정보나 노하우가 전수되지 않고 단절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외국법당은 스님의 자력이 아닌 공동체의 역량으로 성장해야 하며, 체계적인 실무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다불련은 다양한 단체,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불교계 안의 조계종 총무원이나 종단협의회뿐 아니라, 지역 기관,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와의 협력방안도 발굴해야 한다. 초기에는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이슈와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현재 주요 회원들이 마주협의 준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주협과의 관계도 상호 발전적인 형태로 변할 것으로 생각한다.

남춘호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는 항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간다. 어제와 오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을 역사라 부른다. 이 역사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는 내일이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불교계 이주민 역사가 31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올 내일에 다불련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고, 다불련은 그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옛 성현의 “어제, 오늘, 내일의 삼일을 충실하게 살아라”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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