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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다문화가 우리다] 재한줌머인연대

  • 새해특집
  • 입력 2020.01.02 14:07
  • 수정 2020.01.02 15:17
  • 호수 1519
  • 댓글 0

정부 탄압 피해 탈출, 김포에 공동체 설립

불자·비불자 100여명 참여
방글라데시 인권유린 호소
종교정체성 유지·회복 노력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방글라데시에서 불교를 신앙하는 소수민족 줌머족은 오랜 세월 종교·사회·문화적 차별과 박해를 받으면서 정치·종교적 망명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인도, 캐나다, 미국,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난민으로 정착하게 됐다.

그들 중 종교적 신념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이 있다. 1992년부터 한국을 찾기 시작한 줌머인들은 1997년 ‘재한방글라데시 선주민 불자연합’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2년 불교인과 비불자까지 포함한 ‘재한줌머인연대’를 발족해 방글라데시의 인권유린을 호소하고 줌머인들의 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도 스님 1명이 살해당하는 등 탄압이 이어지자, 한국불교계가 방글라데시 정부의 줌머족 탄압에 관심 갖고 목소리를 높여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지위를 획득했거나, 난민신청자 지위를 갖고 있는 줌머인들은 초창기 10여명에서 현재 100여명으로 늘어났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줌머인 2세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매주 모임을 갖고 자치활동을 펼치는 한편, 어린이들이 종교적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매월 1회 강화 연등국제선원을 찾고 있다. 줌머인연대 라트나 차크마<사진> 회장은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 어린이 10명 이상이 함께 강화 연등국제선원을 찾아 인도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며 줌머인연대를 중심으로 종교·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한국에 터 잡은 줌머인들은 대부분 김포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자체 법당은 없으나 김포 양촌읍 터미널 인근 건물에 공동체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매주 한 번은 이곳에 모여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매년 4월엔 고유의 설 축제인 ‘보이사비 축제’를 열어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즐기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재한줌머인연대는 방글라데시 내 불교를 믿는 치타공산악지대 소수민족 줌머인들이 본국의 박해를 피해 모인 공동체다.

보이사비 축제는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적 생활방식을 따르는 줌머인들에겐 한 때를 즐기는 시간이면서도 다툼과 혐오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자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시기다. 지난 2018년에는 스하드란카르 마하데로 스님과 프랑스 줌머인 불교사원 주지인 아누모 다시 스님 등이 방한해 줌머인들과 함께하며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7년 10월 방한했던 프라즈나난다 스님은 “줌머인들은 석가족의 후예로 부처님의 피가 우리 몸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탄압에도 불교에 귀의하는 이유”라고 줌머인에게 내재된 불심을 전했다.

이들은 부처님오신날에는 가족이 함께 강화 연등국제선원을 찾고, 종로에서 펼쳐지는 연등축제에 참여하는 등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한국불교계와 교류를 이어가는 데도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2011년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스님과 종무원들이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고, 로터스월드가 컴퓨터 교육을 지원하고, 재가단체들의 관심이 이어지는가 하면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가 보이사비 축제를 지원한 것 역시 이러한 교류 의지에 따른 결과다. 기자회견을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 수 있었던 것 역시 불교 정체성을 잃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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