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시에 자리한 네팔법당 용수사는 파드마삼바바 보살상과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한 이주민들의 보금자리다. 주지 우르겐<사진> 스님이 서울 능인선원 산하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 YBA와 인연을 맺고 이주민사업의 일환으로 네팔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2007년 한국 YBA와 함께 ‘네팔 법당 건립을 위한 만다라전’을 열어 그 수익금을 바탕으로 2008년 개원했다.
용수사 주지 우르겐 스님은 네팔 카트만두 나가르주나 굼바 출신으로, 13세에 출가했으며 만다라 시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었다. 한국불교에 매력을 느낀 스님은 2004년 인연을 맺은 능인선원의 도움으로 동국대 어학원을 다니며 능인선원 YBA와 네팔이주민 돕기에 적극 참여해왔다.
스님은 “그때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가끔은 사고·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목격했다”며, “그렇게 어려움에 처한 고향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생활 및 노무 상담, 통역, 법률 및 의료지원, 장례식 집전까지 이주민불자들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우르겐 스님은 또 불자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법회를 열어 이주민들을 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용수사는 법당이면서도 이주민들의 쉼터로 자리하게 됐다.
법당에 상주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안위를 보살펴 온 우르겐 스님은 불교가 생활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네팔 불자들에게 자국에서 온 스님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줬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네팔이주민들이 부처님 법에 의지할 수 있도록 일요일마다 네팔 방식으로 정기법회를 열고 있다. 특히 2009년 파드마삼바바 보살상을 네팔에서 이운해 온데 이어, 2014년 네팔 조각장 수단상카가 직접 제작한 천수천안 관음보살상까지 봉안한 법당은 고향을 떠나 고된 노동으로 지친 네팔이주민들에게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귀의처가 됐다.
용수사는 일요법회 외에 부처님오신날에도 ‘푸자’라고 하는 네팔 전통법회를 봉행한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오신날, 인근에서 용수사를 찾는 300여 명의 이주민들이 한국불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국식 연등 만들기 체험행사도 열고 있다. 또한 설날과 추석에는 네팔이주민들이 타국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들이나 작은 축제 등의 행사를 열어 명절 분위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특히 설날에는 네팔의 전통 설맞이 행사를 열어, 법회 이후 네팔 전통방식대로 보릿가루를 허공에 흩뿌리며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용수사는 네팔이주민과 한국 불자들이 상호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탱화 전문가인 우르겐 스님을 주축으로 네팔 스님들이 한국 불자들에게 네팔 전통 만다라 제작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한국의 의료자원봉사자들을 초빙해 이주민들에게 한방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용수사는 이제 네팔 이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넘어, 네팔 이주민과 한국불자들이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다문화를 공감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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