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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다문화가 우리다] 한국 속 이주민불교, 흐름과 전망

  • 새해특집
  • 입력 2020.01.02 15:08
  • 수정 2020.11.30 11:06
  • 호수 1519
  • 댓글 0

재한이주민법당, 각국 불교 대표하는 주체적 신행공동체로 성장

국내 거주 이주민 205만명 기록
불교국가 출신 비율 증가 눈길
이주민 불교공동체도 큰 변화
사찰 건립불사 등 주도적 행보
관계 다변화로 다문화 주도해야

2000년 11월 진행된 외국인 수행자 한국문화체험 입재식(위). 1995년 4월 외국인노동자마을 창립식(아래).

2018년 기준 국내 거주 이주민 수가 공식적으로 205만명을 넘어섰다. 2006년 53만명 이후, 12년만에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미등록 체류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250만명상당. 이제 한국은 명실상부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한국불교계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소 단편적이지만 당위성도 명확하다. 한국에 유입되는 이주민들의 상당수가 불교국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과 고용허가제 양해각서를 체결한 16개 국가 중 절반이 불교 국가의 범주에 속한다.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몽골이 대표적이다. 2017년 기준 한국 거주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로 베트남과 태국이 중국에 이어 2·3위로 나타났으며, 캄보디아와 몽골 출신 이주민 수는 10위권,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 수도 20위권 내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한·아세아특별공동회담과 한·메콩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용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 수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불교계의 이주민 불자를 향한 관심이 공식화된 것은 2006년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이하 마주협)’가 설립되면서부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에 이주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만해도 이주민에 대한 불교계 관심은 대단히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일부 사찰과 스님들이 개인 원력으로 이주민을 지원하는 형태였으며, 그마저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들의 유입이 대폭 늘어나고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주민에 대한 불교계 관심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시기 이웃종교의 적극적인 공세로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개종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교계 지원 확대 및 불자들의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전담인력을 확보한 불교계 이주민지원단체들이 생겨났고, 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개별적인 지원을 넘어서 종단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조직이 바로 ‘마주협’이다. 마주협은 불교계 이주민지원단체들의 연합조직으로, 조계종의 이주민 관련 종책을 기획·연구하거나 단체 간 이주민지원활동을 공유·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매년 ‘이주민어울림한마당’을 비롯해 토론회와 활동가 역량강화, 이주민법당 지원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불교계는 새로운 고민에 봉착했다. 그동안 이주민을 향한 불교계 활동의 상당수가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거나 노동상담, 의료지원, 한국문화체험 등 시혜적인 관계를 전제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보다 발전된 관계로 나아갈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 거주하는 각국 이주민 불자들의 커뮤니티가 급격히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주민 불자들은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한국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국가별로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신행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본국 출신 스님들을 중심으로 한 신행공동체를 형성했다. 각 공동체들은 자연스레 신행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점차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갔다.

2000년대 초 서울과 부평 등지에 문을 연 미얀마선원과 2002년 김포 재한줌머인연대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시기 개원한 이주민 법당들은 한국불교계 혹은 사찰의 지원에 일정 부분 의존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2005년 개원한 스리랑카 마하보디사가 대표적이다. 이어 2008년경 캄보디아 불교센터, 네팔법당 용수사와 몽골 간단사 서울포교당이 비슷한 시기 문을 열었다. 또 불광사 공간을 빌려 태국법회가 정기화됐고, ‘꿈을이루는사람들’(이사장 진오 스님)과 ‘함께하는세상’(이사장 지성 스님)의 지원으로 다국적사찰의 형태로 구미 마하붓다사와 대구 스리랑카사원 등이 개원했다. 법보신문사(대표 김형규)와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대표 심정섭)이 진행하는 ‘이주민돕기 캠페인’이 첫발을 내딛은 시기도 2008년이다.

이주민 법당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점차 한국불교계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법당 불사를 진행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일부 국가의 경우 본국 사원의 부설형태로 건립되면서 법당 수도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 태국의 안산 붓다라마사원(전 탐마쩨띠야람)과 왓풋타랑씨 사원, 스리랑카의 마하매우나워 선원, 울산 사다함위하라 사원, 미얀마 법승담마야나선원 등이 집중적으로 개원했다.
 

지난해 12월1일 창립한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이주민 불교공동체의 변화에 발맞춘 자발적 연대조직이다.

특히 2015년 문을 연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과 올해 개원한 베트남 원오사는 이주민불자공동체의 법당 불사가 대규모 사원 건립으로 나아가는 기폭제로 평가된다. 다른 이주민법당을 후발주자로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한국사회 속 이주민 불자들의 신행 형태가 변화하면서 각국 출신 스님들을 중심으로 한 신행공동체는 이제 한국사회 속에서 본국의 불교를 신행하는 형태로 안착됐다. 이는 곧 한국불교계와 대등한 관계 속에서 문화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불교계와의 긴밀한 연대 속에서 탄생한 법당의 상당수도 이제는 그들의 신행과 문화를 안착한 형태로 운영되는 등 발전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탄생한 단체가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이하 다불련)’다. 한국사회에서 각국의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이주민법당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해 자발적으로 조직됐다. 캠페인을 통해 이주민공동체와 인연을 맺어 온 법보신문사와 일일시호일이 창립을 도왔다. 초대회장 담마끼띠 스님은 “부처님을 함께 따르는 도반으로서 한국불교계와 보다 긴밀하게 교류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며 “향후 한국 불자들은 물론, 각국 이주민불자들이 서로 다른 전통수행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한해 다불련에 소속된 각 법당과 공동체를 번갈아 방문해, 매월 각국 전통 법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통해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구체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불련 창립을 기점으로 한국사회 속 이주민공동체는 한번 더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계의 관심과 역할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사회 속 이주민불자들과 마음을 열고 도반의 관계를 구축할때, 한국불교는 화합과 상생을 토대로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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