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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삼신불춤-상

기자명 정혜진

남북의 개성 영통사 복원 감동 춤으로 승화

‘금강산가극단’ 안무가 강수내
2005년 영통사 복원 소식에
벅찬 감동 창작무용으로 완성
불교서적 고증하며 움직임 구상
2007년 일본 야쿠시지서도 공연

남과 북의 협력으로 복원한 개성 영통사 전경. 금강신문 제공

고려시대 도읍으로 500년의 영화를 누린 개성. 이곳 개성에 한국 천태종의 종찰이라고 불릴만한 사찰, 영통사(靈通寺)가 있다. 영통사는 문종(文宗)의 넷째 왕자인 후(煦), 즉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이 처음 출가한 곳이자 중국 유학 후에 천태종(天台宗)을 개창하고 열반한 곳으로, 불교계뿐만 아니라 한국사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적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통사는 16세기 중반 화재로 소실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던 사찰이었다. 그런데 역사의 기억 한편에 존재하던 사찰이 기적처럼 그 터를 내보였다. 1995년과 1996년 북한의 개성지역에 연이은 홍수로 인근의 가옥과 논밭이 쓸려갔기 때문이었다.

이듬해인 1997년, 북한은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와 일본 천태종과 관계 깊은 다이쇼(大正)대학의 연구자들로 구성한 공동 현지답사단을 조직하고 현지답사를 시작하여 그 후 2년간 발굴 작업을 진행하였다. 2002년부터는 한국의 대한불교천태종도 물자지원으로 힘을 보태면서 본격적으로 공동복원사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재일동포들은 재정난으로 일시 중단되었던 발굴사업을 안타까워하며 한국의 천태종에 도움을 요청하여 가교역할을 하였고, 또 복원사업 당시 철근을 지원하기도 하며 민족의 문화유산 복원사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그 결과, 3년여의 불사 끝에 약 2만여평 부지에 보광원, 중각원, 승복원 등의 총 29개 전각이 다시 들어섰다.

분단 이후 남과 북 그리고 해외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한 문화재복원사업으로서는 최초이므로 그 역사적 의의는 남다르다. 해서 북한에서도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며 기사화되었다. 북한에서는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하여 잡지 ‘조선’에 그 소식이 실리며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일본에서는 ‘조선신보’에서 사진과 함께 영통사의 복원기사를 다루었다.

일본에서 그 소개를 남다른 마음으로 본 이가 있었다. 바로 강수내(康秀奈, 1961~). 북한 유일의 국립해외예술단이자 재일동포 최고 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의 안무가였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가 공동으로 복원한 영통사 관련 기사에 실린 불상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 속의 그림이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춤을 추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벅찼고 설레어 그 감동을 꼭 무용 작품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무용작품이 바로 ‘고려삼신불춤’이다.

‘고려삼신불춤’의 모티브가 된 영통사가 그러했기 때문일까. ‘고려삼신불춤’ 또한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의 협력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되었다.
 

고려삼신불춤. 김도형 작가 제공

금강산가극단은 그 전신인 재일조선인중앙예술단 시절부터 작품전수를 비롯하여 의상과 음악 무대소품에 이르기까지 북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진 종합예술단이다. 그래서 당시 금강산가극단의 책임안무가였던 강수내는 작품의 무용곡과 무대배경으로 쓰일 불화를 북한의 예술가와 편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제작을 하였다. 피바다가극단의 예술가들이 제작에 협력을 해 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무대의상은 2006년 내한 공연 제작자로 인연을 맺은 문화기획자인 이철주의 도움을 받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의상 제작자에게 의뢰를 하여 제작하였다. 춤의 안무는 안무자인 강수내가 직접 불교 관련 서적을 모아 고증하며 움직임을 구상하였다. 강수내는 이 모든 과정이 남북 협력과 통일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러한 필연적 비화가 있어서인지 ‘고려삼신불춤’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이례적으로 나라(奈良) 야쿠시지(薬師寺, 약사지) 본당에서도 선을 보였다. 2007년 ‘유라시아 만남의 콘서트 인 야쿠시지'라는 타이틀로 나라시의 법상종 대본산 야쿠시지의 금당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공연에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1500여명이 방문하여 관람하였다. 한국무용가의 ‘승무’와 더불어 금당에 안치된 약사유리광여래와 일광보살, 월광보살 앞에서 우아한 춤을 선보인 재일의 ‘고려삼신불춤’은 일본 관객들로부터도 많은 호평을 얻어냈다. 나라가 자랑하는 1300년 역사의 세계 유산을 무대로 재일동포를 비롯한 한국, 일본, 중국의 아티스트들이 예술을 통해서 화합한 것이다.

“그녀의 불면불휴 노력이 시작됐다. 남쪽 스님으로부터 기증받은 책에서 불교표현을 철저히 고찰하고 시나리오를 써서 음악과 무대미술을 조국에 의뢰했다. 불교 의상은 남쪽 일류 디자이너의 협력을 얻었다. 일본에서 자란 안무가가 북남의 전문가들과 연계하여 자신이 안무를 했다. 제작과정에서 남북통일이 이뤄지고 있음에 마음이 떨렸다. 신기한 힘에 이끌리듯 ‘고려 삼신불의 춤’이 탄생했다. 섬세한 손가락 표현, 눈이 부신 선명한 의상을 입고 부드럽고 경쾌하며 우아하게 춤추는 보살들의 아름다움에 누구나 숨을 죽였다.”

‘고려삼신불춤’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안무의 전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강수내의 친언니 강정내씨가 당시의 감동을 신문에 기고한 소회이다.

정혜진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등의 고비 때마다 비정치적인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등이 앞장서 꼬인 실타래를 풀며 남과 북을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해온 것처럼, 종교계와 문화예술계의 민간교류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있어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래서 영통사의 복원이 불교계뿐만 아니라 한국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듯, ‘고려삼신불춤’처럼 문화유산을 매개로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가 협력하여 만든 이러한 뜻깊은 작품 또한, 예술계뿐만 아니라 민족사적으로도 훗날 우리민족의 화해의 상징이자 평화로 가는 마중물로 평가받지 않을까 싶다.

정혜진 예연재 대표 yeyeonjae@gmail.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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