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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 ①

기자명 박희택

선은 부처님 마음, 교는 부처님 말씀

바라는 행복·피하고 싶은 불행
본원사적 주제 설한 것이 경전
경전 읽는 것이 곧 수지독송
이를 실천할때 아름다운 불자

나란다대학의 샨티데바(寂天, 687~763)는 ‘입보리행론’ 보리심 공덕품에서 중생들의 행복과 불행의 속성에 관하여 투명하게 직설한 바 있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여 실감나게 전해 주는 김영로님의 번역서 ‘샨티데바의 행복수업’에서 읽어 본다.

중생들은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면서도 / 불행의 원인들을 향해 달려가고 / 행복을 바라면서도 무지하기 때문에 / 행복의 원인들을 원수처럼 물리칩니다.

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신심으로 구도와 구제의 길을 걸어가면서 경전을 읽는 것은 위와 같은 절실한 말씀들을 만날 수 있는 까닭에서이다.

존재자(存在者)라면 누구나 바라는 행복과 벗어나기를 바라는 불행이라는 본원사적(本願事的)인 주제를 설한 것이 경전(經典)이다.

이 주제는 몹시 난해하기에, 경전은 고구정녕하게 붓다의 경(經)과 율(律), 논사들의 논(論)으로 구성되어 삼장(三藏, Tripitaka)이라 통칭되고 있으며, 그 방대호한함은 ‘팔만대장경’이란 명칭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경이나 논에 대한 주석서를 소(疏)라 하는데, 불교의 경전이라 할 때 경율론뿐만이 아니라 경론소(經論疏)를 지칭하기도 한다. 물론 율의 주석서도 소라 한다. 예컨대 백제의 승려 담욱과 혜인이 지은 ‘율소(律疏)’는 ‘범본 아담장 오부율문’의 소이다.

그러니까 경론소는 경율론소의 약칭이 된다. 동양학에는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 하여 성인의 경과 현자의 전을 포괄하는 용어가 있다. 전(傳)은 경(經)에 대한 해설서를 말하니, 경론소의 체계로는 논과 소가 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한문학의 경사자집(經史子集)의 체계로 본다면 경자(經子, 경서와 제자백가서)는 경에, 사집(史集, 역사서와 문집)은 논과 소에 상당할 것이다.

유학의 13경(역경, 서경, 시경, 주례, 의례, 예기, 춘추좌씨전, 춘추공양전, 춘추곡량전, 논어, 효경, 이아, 맹자)에는 제자백가서까지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경전을 읽는 것을 우리 불가에서는 수지독송(受持讀誦)이라 하는데, 받아[受] 지니고[持] 읽고[讀] 외우는[誦] 일련의 과정을 총칭한다. 가방에는 늘상 경전 하나가 들어 있어야 할지니, 이것이 불자의 첫 번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한다.

천 리나 되는 강의 흐름과 같이 유장하게 노래하고 있는, 이를테면 ‘입보리행론’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수지독송한다면, 불교중흥과 불교흥왕의 광명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경전을 읽고 공부하는 불자가 이 광명의 근원처이고 원동력이라 하겠다.

삼장은 불학 공부의 일체인 계정혜 삼학에 배대(配對)되곤 한다. 경은 정학(定學)에, 율은 계학(戒學)에, 논은 혜학(慧學)에 안배된다. 또는 경은 계정혜학에, 율은 계정학에, 논은 혜학과 관련지을 수 있다.

불학이 계정혜의 학이듯이, 불심은 계정혜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행복은 계정혜의 학을 통해 계정혜의 마음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선가귀감’(1564) 제5장에서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禪是佛心, 敎是佛語)”라고 하였거니와, 선과 교가 분리되지 않고 융회(融會)됨은 부처님의 마음이 그 말씀으로 표백되기에 그렇다. 경이 정학인 점을 상기해도 좋겠다.

하이데거가 ‘휴머니즘 서간’(1946)에서 “말은 존재의 집이다”라고 하였듯이, 존재의 한계는 말의 한계이기도 하다.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자는 이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지만, 극복 또한 말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서산대사는 위 제5장의 주해에서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은 선이고, 말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은 교이다(以無言 至於無言者禪也, 以有言 至於無言者敎也)”라고 명료하게 정리해 두었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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