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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재소자의 하소연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1.10 21:10
  • 수정 2020.01.16 11:27
  • 호수 1520
  • 댓글 0

공직 지내며 불교 도왔지만
수감되자 외면한다고 토로
신문·불서 보내는 것도 공덕

북한산의 한 작은 사찰 주지스님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지난 12월이었다.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으면 늘 ‘북한산 무명승’이라고 말씀하는 스님은 산중에 머무르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절 살림에도 등산객들에게 정기적으로 점심을 공양하는가 하면 세간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자비행을 소리 없이 펼치고 있다.

전화통화에서 스님이 한 얘기는 이랬다. 스님은 몇 해 전부터 영월교도소로 법문을 나갔더란다. 언제부터인가 법문할 때 맨 앞자리에 앉은 노인에게 스님의 눈길이 머물렀다. 머리가 하얀데다가 법문을 경청해 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법문이 끝나고 그분과 차 한 잔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그는 스님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은 국회의원이었으나 비리 의혹에 연루돼 교도소에 왔다고 했다. 세무서장과 구청장, 국회의원을 지내며 불교계와 가까웠고 스스로도 불자 국회의원 모임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하자 오랫동안 알던 스님과 불자들에게 연락조차 없어 서운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종교인들로부터는 면회 요청이 이어지고 위로의 편지도 끊이질 않는다며 출소 후에는 그분들 정성을 봐서라도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스님은 이 같은 얘기를 들려주며 그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님에게 들은 내용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 몇몇 스님과 불자들은 그렇잖아도 여러 차례 면회를 가려 했으나 절차나 일정이 맞지 않아 미뤄졌다며, 1월 중에 재소자들을 위한 불서와 떡을 마련해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신문사에 있다 보면 이런 사연을 종종 접한다. 교도소에서 보내오는 편지에서도 그렇지만 불자교정인과 교정위원 스님들로부터 비슷한 사연을 듣게 된다. 재소자 포교에 관심 있는 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보다 많은 불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어떤 일로 인해 교도소에 들어왔건 재소자에게 이 시기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새롭게 거듭나거나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불경에서 재소자 교화와 범죄예방 관련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교정사회사업의 활성화 방안 연구’(김재순)에 따르면 빔비사라 왕이 태자 아사세에게 갇혔을 때 부처님은 목건련에게 가서 설법하도록 했고, 왕후 위제희 부인이 유폐됐을 때는 직접 정토설법을 했다. 사형집행 직전에 있던 강도가 깊이 참회하자 부처님이 왕에게 진정을 올려 석방토록 한 뒤 제자로 삼았으며, 99명의 사람을 죽인 앙굴리말라를 직접 찾아가 교화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부처님이 범죄행위를 막은 얘기들도 있다. 사위국의 월광장자가 뒤늦게 둔 어린 아들이 훗날 집안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겠다는 게송을 읊었을 때였다. 그 장자가 사악한 가르침을 따른다며 아들을 죽이려 하자 부처님이 이를 설득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법구비유경’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쌍둥이를 낳은 부모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서로 어른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에 깜짝 놀랐다. 부모는 이를 귀신의 소행으로 알고 아이를 죽이려하자 부처님이 이를 알고는 직접 가서 오히려 큰 복덕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설득해 살인을 막았다.

굳이 이러한 일화가 아니더라도 불자들에게 수계를 주어 청정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나 포살과 자자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참회하도록 하는 것도 나쁜 행위를 막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불교에서 죄는 무명에서 비롯되며 성불하지 못한 중생은 탐냄·성냄·어리석음으로 인한 악업을 짓고 살아간다. 그러나 ‘악을 저질렀어도 선한 행으로 그것을 없애면 구름이 사라진 뒤의 달과 같다’(출요경)거나 ‘백천겁 동안 지은 모든 불선업도 잘 수행해서 닦으면 일시에 소멸시킬 수 있다’(대집경)고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고해와 윤회의 굴레에서 살아가야 하는 수형자이지만 부처님 말씀처럼 누구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재소자들에 대한 관심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교계 신문이나 불서 한 권 보내는 것은 성불 인연을 맺어주는 큰 공덕이 아닐 수 없다.

mitra@beopbo.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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