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의 돈오(頓悟) 사상은 어느 순간 몰록 깨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돈오점수설을 강조한 이후 한국 불교계에서는 돈과 점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박성배 뉴욕주립대 종교학 명예교수는 이 돈과 점의 문제를 체(體)와 용(用)의 논리로 풀어내려 했다. 돈(頓)은 몸에 해당하고 점(漸)은 몸짓에 해당한다고 해서 체용논리, 즉 몸과 몸짓의 논리로 보고 자신의 독특한 불교철학을 전개했다.
이 책 ‘깨져야 깨친다’는 ‘깨짐’과 ‘깨침’을 동시로 본다. 깨짐과 깨침이 별개가 아니라는 말이다. 깨짐이 곧 깨침이고, 깨침이 곧 깨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깨졌다는 것은 이미 깨친 것을 말하고, 깨쳤다는 것은 이미 깨진 것이다. 선가에서 말하는 차조(遮照)동시인 셈이다.
책은 불교학자 박성배 교수와 제자인 심리학자 황경렬 교수의 편지글 형식을 띠고 있으나, ‘서장’에서 대혜 스님이 지인들과의 편지글을 통해 가르침을 전했듯이 박성배 교수의 불교사상을 담고 있다. 5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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