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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화택(三界火宅)

호주산불의 비극

호주 산불이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은 무서운 기세로 호주의 숲을 태우고 있다. 한국국토 크기의 숲이 재로 변했다. 화재로 타 죽은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이 무려 5억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호주의 참상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숲과 마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동물들의 참혹한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불을 피해 도망치다 가로 막힌 철조망을 부여잡고 선채로 타죽은 캥거루의 비참한 사진은 호주 산불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주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호주 남동부 지역은 건조한 지역인데, 지난해 유독 가물어 몇 달 동안 비가 오지 않는 바람에 유례없는 화재로 이어졌다. 석탄 산업이 발달한 호주는 1950년에 비해 1.5℃나 올랐다. 과학자들은 지구전체 온도가 산업혁명 전에 비해 1.5℃가 올라가는 선에서 막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온도가 이보다 더 올라가면 그날로 당장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지구온난화는 이제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돌이켜보면 산불은 호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의 숲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놓은 불로 인해 오늘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논과 밭을 만들기 위해서다. 화재가 아니더라도 개발을 이유로 숲과 산을 파괴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다.

‘법화경’에 ‘삼계화택(三界火宅)’의 비유가 있다. 세상이 불타는 집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은 세상이 불타는 원인이 삼독(三毒) 때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은 우리의 무지와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이다. 호주의 화재는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소비한 우리의 탐욕과도 무관하지 않다. 타버린 숲과 나무와 처참한 동물들의 죽음은 결국 우리 인류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다. 그런데도 우리는 호주의 비극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결국 그 불이 우리 집에 옮겨 붙을 텐데도 말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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