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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편안한 명상 자세

바른 수행은 안정된 자세에서 시작된다

비로자나불 칠지좌법이 대표적
가부좌에 몸 균형 바로 잡으면
들뜸·지루함 다스리는 데 도움

부처님께서는 몸이 우리 마음의 물리적인 지지대라고 생각했다. 몸과 마음의 관계는 마치 물잔과 그 속에 담겨있는 물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았다. 물이 담긴 잔을 평평하지 않은 곳에 두거나 탁자의 모서리에 두면 물이 기울어지거나 작은 충격에도 물이 쏟아질 수 있다. 그러나 물잔을 평평하고 안정적이며, 심지어 단단하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두면 그 속의 물이 완전히 고요하게 유지된다. 마음을 수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정된 몸의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마음의 긴장은 풀면서도 동시에 깨어있을 수 있게끔 몸을 정렬하는 가장 잘 알려진 명상 자세가 바로 비로자나 부처님의 일곱 가지 중심 자세, 즉 칠지좌법이다.

첫 번째로는 명상을 할 수 있는 안정된 자세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안정된 자세는 두 다리를 교차시킨 후 각각의 발은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에 올라가게 하는 결가부좌다. 이 자세가 힘든 분은 한쪽 다리만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에 올려놓는 반가부좌를 해도 좋다. 이 두 자세가 모두 불편한 분은 다리를 그냥 단순하게 교차시키는 책상다리를 하면 된다. 바닥에 앉는 것이 너무 어렵고 아프다면 등받이가 곧은 의자에 앉아도 된다.

이렇게 안정된 자세를 취한 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두고 오른손을 왼손 아래 겹쳐 양 엄지손가락을 살짝 맞닿게 한 다음 두 손을 배꼽 바로 아래 다리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놓는다. 이 자세는 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해 정신이 맑지 않거나 졸음이 올 때 더더욱 유용하다. 불교에서는 오른손은 자비를 왼손은 지혜를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몸통과 팔의 윗부분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는 굴레 모양이 되게 한다. 가슴이 열려서 편안하고 안정되게 호흡이 유지되게 도울 수 있는 자세를 취한다. 이때 어깨는 긴장되지 않고 이완되어 있어야 한다. 

척추를 곧추 세우고 균형이 잘 맞는 자세를 취한다. 머리와 목과 등은 일직선으로 세우되 너무 뻣뻣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든가 앞쪽으로 너무 많이 구부러져서는 안 된다. 몸을 구부정하게 두면 폐가 압박을 받아 편안한 숨쉬기에 방해가 되며, 몸 안의 여러 장기를 눌러 몸이 불편해지는 원인이 된다. 턱은 약간 아래를 향하게 해서 살짝 안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목뼈가 압박을 받지 않는 자세를 찾는다. 이렇게 몸이 바르게 균형을 잡으면 명상 시 마음의 대표적 성향인 들뜸과 지루함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입과 턱 주위 근육의 긴장을 풀면서 치아와 입술 사이가 아주 조금 벌어지도록 놓아둔다. 그리고 혀의 끝부분을 치아 바로 뒤쪽 입천장에 살짝 붙여둔다. 이렇게 하면 침이 많이 흐르거나 입이 마르는 것을 예방해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게 해준다. 눈은 떠도 되고 감아도 된다. 눈을 감으면 시각적 방해물들이 즉시 제거되어 오직 자신의 마음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명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눈을 감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시선은 코끝에 놓아두고 앞쪽으로 약 70cm 정도 되는 편안한 지점에 시선을 뚝 떨어뜨려 놓는다는 기분으로 둔다.

이때 특정 지점을 응시하지는 않는다. 시선을 살짝 아래쪽으로 두는 것은 마음이 고요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인위적 고요함에 집착하기가 쉽다. 수행의 목표는 우리가 돌부처처럼 완벽한 명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명상이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명상에 진전이 있으면 눈을 뜨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척추를 곧추 세우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긴장을 푼 채 몸과 마음이 느슨하지도 않고 긴장하지도 않는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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