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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가가 어찌 작은 일이랴

기자명 정원 스님

수행자 도력 있더라도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언행

종교인 윤리잣대 갈수록 엄격
출가자 행위도 정밀할 것 요구
종단 존립과도 직접적인 관련
정과 사를 가려내는 안목 필요

‘무한한 자비심으로 계율을 만들어주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합니다. 부처님과 중생의 이익을 위해 율장을 가르쳐 오신 역대 모든 스승들과 현재의 스승들께 예경합니다. 2600년 동안 살아있는 전통으로써 율장을 지켜온 승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님들께 절하옵니다. 이토록 귀한 계율을 승가공동체가 잘 받아 지니고 후대에 온전히 잘 전해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우선 현대사의 숱한 굴곡과 역경을 겪으면서 일평생 수행자의 삶을 살아오신 선배스님들께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 일본의 사찰들이 보존은 잘 되었으나 출가자가 살지 않는 곳이 많아 박제화 된 느낌을 준다면 우리는 오래된 곳이든 새로 지은 곳이든 어디를 가도 출가자를 만날 수 있다.

2018년 세계유산 등재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해당한다며 7곳의 사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실질적 이유도 사찰이 수행공간이면서 생활공간으로써 생명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소욕지족을 가치로 삼고, 자발적 고난을 기꺼이 택하고, 전체를 중시할 줄 알며, 자신의 안락보다 타인에게 행복을 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보살행을 실천해온 선배들의 수행과 교화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사분율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가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고 정의와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종교인을 향한 윤리적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가자의 행위와 규범이 더욱 정밀해지지 않으면 쉽게 세간의 비판을 받고, 새로운 출가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겨우 출가한 이들조차 세속적 가치를 떨치기 힘들고, 종국에는 교단의 존립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행자의 도력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의 언행이다. 행위가 법답지 못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사회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승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선을 위한 선의의 논의들조차 부메랑이 되어 전체승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개개인이 부처님 법에 부합되는 청정한 행위를 삶에서 드러낼 때 불법은 감로수가 되며 승단은 비로소 귀의의 대상이 된다.

물질적 풍요와 디지털 및 네트워크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는 보편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감성적 요소가 중시되며 감각적 욕망에 충실하다. 상황에 대한 빠른 결단과 변화를 선호하며, 권위에의 복종을 거부하고 소통을 중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출가의 마음을 내기도 어렵고, 발심출가 하더라도 승단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으로 부족하고 공동체 의식이 중시되던 선배세대에 비해 더욱 힘든 환경이라 생각된다.

‘불설출가공덕경’에 아난이 부처님께 출가의 공덕에 대해 질문하자 부처님은 “내가 다함없는 지혜로 백 년 동안 밥 먹는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써서 이야기 하더라도 출가의 공덕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고 대답하셨다. 이토록 귀한 출가를 한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생을 멋지게 살아내야 한다. 수행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갖가지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율에 의지하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계율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혼란한 시대일수록 사견이 번성하므로 정과 사를 가려내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 또한 계율의 이해를 통해 자연스레 길러진다.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원

shamar@hanmail.net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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