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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비리 고발 희생자 49재…유가족의 절규

  • 사회
  • 입력 2020.01.16 15:01
  • 수정 2020.01.16 16:44
  • 호수 1521
  • 댓글 1

조계종 사회노동위, 1월16일 조계사서
고 문중원 기수 극락왕생·진상규명 발원

“오늘은 제 남편 문중원 기수의 49재입니다. 49재를 하면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남편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어둡고 좁은 관에 누워 정부청사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따뜻한 곳에 가지 못하고 억울함을 풀지도 못한 채 추운 곳에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미안함과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한국마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며 목숨을 내던진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의 절규에 조계사 극락전이 비통에 잠겼다. 마이크 앞에 선 오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통곡했고, 극락전을 가득 채운 유가족과 추모객들도 고개 숙여 눈물을 훔쳤다.

1월16일 극락전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 주관으로 고 문중원 기수의 49재가 엄수됐다.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부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원 스님들,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혜도 스님을 비롯해 고인의 가족들과 그를 추모하기 위한 이들이 모였다. 아내 오은주씨는 49재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6세, 9세 두 자녀는 멋모르는 와중에도 밝게 웃는 아빠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엄마를 위로했다. 오 씨는 “힘들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버틴다. 투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슬픔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할 수 있도록 키울 것”이라며 “49재를 하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들었다. 남편의 극락왕생을 빌어준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인의 부친도 “아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근본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제도 개선, 관계자 처벌 등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29일 승부조작 및 마장 임대 과정에서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시신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현재 정부청사 앞 운구차에 실려 있다. 때문에 이날 49재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동시에 유가족을 위로하고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천도의식에 앞서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노위 활동을 해왔다”며 “24세 김용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부조리가 40세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도 드리워져 있다는 점에서 울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고인은 우리 사회의 부정과 갑질, 부조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화두를 전했고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고인이 염원했던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고인은 그 억울함을 우리에게 맡기고 사바세계의 옷일랑 훌훌 벗어던진 채 행복만이 가득한 극락세계에서 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노위 스님들은 염불과 천도의식으로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했고,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과 불자들은 고인의 영정사진이 모셔진 영단에 헌향하고 절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와 유가족들은 문중원 기수의 49재에 이어, 조계사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을 지나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까지 행진하며 한국마사회 비리 개선 등을 촉구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21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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