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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움직이는 노년을 위하여

기자명 희유 스님

복지관 어르신들 각종 활동 통해
보람되고 건강한 알찬 시간들로
많은 어르신 의미있는 노년 보내길

아침 출근길이 쌀쌀합니다. 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요, 모 역에 정차하는 동안 대합실 벤치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모습이 왠지 너무도 쓸쓸해 보입니다. 열린 문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무엇인가 할 일이 있어야 긴 노년의 삶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노년기에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복지관을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은 노년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고 계시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요즘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어느 때보다도 분주히 움직이십니다. 저희 복지관 인근은 외국 관광객도 많고, 탑골공원, 종묘, 운현궁 등 역사 깊은 장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유서 깊은 곳을 잘 지키자는 활동이 바로 ‘종로통 지킴이’와 ‘삼일대로 지킴이’입니다. 지킴이 활동을 통해서 어르신들이 인근의 유서 깊은 장소를 아름답게 가꾸어나가는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당신의 건강도 지키며 약간의 용돈도 버는 효과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노년의 시간을 이야기하다 보니 며칠 전 저희 기관에 저의 스승이신 운문사 회주 명성 큰스님이 깜짝 방문해주셨습니다. 지난해 구순을 맞이하여 운문사 동문스님들이 다 함께 경하드리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자들이 복지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시고는, 깜짝 방문으로 격려해 주시러 오신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으신 그 모습도 존경해 마지않는데 이렇게 제자들을 격려해주시러 직접 오셔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지난해 행사 때 생긴 당신의 용돈을 모으셔서 금일봉까지 주시고 가셨습니다. 깜짝 방문의 감동도 컸지만 어르신들에게 공양청을 내시고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 모습은 더없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강원을 다닐 때부터 회주스님의 공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만, 몸소 제자를 챙기시는 스승님을 뵈면서 부족한 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승님의 가르침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잘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또 회주스님처럼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가는 수행자가 되기를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회주스님께서는 당신의 건강비결이 “늘 손끝을 쉬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주시며 “늘 새벽이면 경전을 붓글씨로 적고, 틈틈이 염주를 꿰며 쉼 없이 움직이고 소식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덕도 있어야 하고 지혜도 있어야 하지만 복을 짓는 것이 최고”라고 하시면서 “복지활동을 하니 복은 절로 짓고 있다”고 하시면서 부족한 제자를 격려하시고는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희유 스님

“수행자는 복혜구족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면서 오늘도 복지 현장에서 정진 또 정진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아침 출근길 어느 지하철역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오래 남는 하루이지만 쓸쓸한 모습이 당장 활기찬 모습으로 변화될 수는 없겠지요. 어느 날엔가는 의미 있는 노년의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현장에서 열심히 복지를 실천하면서 수행으로 삼고자 합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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