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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니장(율장)

기자명 정원 스님

“대덕이시여! 비니장은 불법의 수명입니다”

율장 세상에 머물면 불법도 지속
지율 제일 우파리가 비니장 송출
인도 전역 퍼지면서 미묘한 차이
교화지역·대상 차이에 따른 결과

비니장(毘尼藏)이 세상에 머무는 한 불법 또한 세상에 머문다.

‘선견율비바사’의 ‘서품’에 오백결집 관련한 이야기가 간단하게 나온다. 경장과 율장 중 어느 것을 먼저 결집할 지 대중이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과 갈마법을 통해 가섭존자가 물으면 우파리존자가 답하는 최종결정이 이뤄지는 부분이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막상 율장에서 관련 내용을 접하니 훨씬 실감이 나고 감개무량하다. 그때 그곳으로 잠시 이동해 보자.

대덕 가섭존자가 6월17일 공양을 마친 후 의발을 갖추고 법당에 들어갔다. 아난은 자신이 증득한 것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 대중들이 차서대로 앉은 후 아난의 자리는 비워 두었다.

“지금 아난존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난은 대중들이 자신을 찾는 줄 알고 신족통을 써서 몸을 나투었다. 대중 스님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가섭존자가 장로들에게 말하였다. “먼저 법장(法藏, 즉 經藏)을 설해야 합니까? 비니장(율장)을 설해야 합니까?”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비니장은 불법의 수명입니다. 비니장이 세상에 머물면 불법 역시 세상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비니장을 송출해야 합니다. 누가 송출 법사가 되겠습니까?”

장로 우파리가 대중 가운데서 말했다.

“아난존자가 법사가 되면 어떻겠습니까?” “아난은 법사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나의 성문제자 가운데 지율 제일은 우파리다’라고 항상 찬탄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이 말하였다. “지금 바로 우파리 존자에게 물어서 비니장을 송출해야 합니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백(白)갈마를 하고 우파리에게 묻는다.

“장로들은 들으십시오. 대중스님들이 모두 도착했고 때가 되었으면 스님들께서는 허락하소서. 제가 우파리에게 비니법을 묻겠습니다. 이와 같이 공지합니다.”

우파리가 백갈마를 하였다.

“대덕스님들은 들으십시오! 대중스님들이 모두 도착했고 때가 되었으면 스님들께서는 허락하소서. 제가 지금 대덕 가섭께 비니법을 대답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공지합니다.”

우파리는 이렇게 갈마를 끝내자 옷과 몸을 단정히 한 후 대덕 비구를 향하여 고개 숙여 절을 하고 법상에 올랐다.

이렇게 가섭존자가 묻고 우파리존자가 답하여 송출한 율장이 ‘근본팔십송율’이다. 법상에 올라 문답을 한 횟수가 80회에 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근본팔십송율’의 원형이 어떤 것인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가섭에 이어 아난·말전지·상나화수·우바국다 존자에 이르기까지는 법과 율이 하나로 함께 전승되어 오다가 우바국다 존자에 이르러 출중한 제자 5명이 인도 전역에서 동시에 전법을 하면서 다섯 부파로 나눠졌다. 담무덕부, 살바다부, 가섭유부, 미사색부, 파추부라부가 그것이다. 담무덕부는 사분율, 살바다부는 십송율, 미사색부는 오분율이다. 가섭유부의 해탈계경은 계본만 전해지고 광율은 소실되었으며, 파추부라부의 율장은 아예 전해지지 않는다.

중국 율종에선 이들이 근본팔십송율의 주요내용을 포함하면서 부처님의 교설에 대한 채집자의 이해와 교화대상의 특성을 반영해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즉 각 부파의 율장들이 모두 부처님의 말씀과 사상을 담고 있되, 상호간의 차이는 교화지역과 교화대상의 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이다.

세상 사람들은 무병장수를 위해 갖은 방법으로 심신의 건강을 챙기는데, 진정으로 부처님을 믿고 보는 법을 소중히 여기는 수행자가 불법의 수명인 율장을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으리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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