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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호법신장 ‘김재일’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2.02 13:26
  • 수정 2020.02.03 13:02
  • 호수 1523
  • 댓글 2

불교폄훼·왜곡 저지에 앞장
그는 떠났지만 왜곡은 여전
종단 내 모니터 기구 절실

고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겸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

나태주 시인은 ‘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고 했다. 사람도 그렇다. 우리 곁을 떠나고서야 더욱 소중해지는 이가 있다. 2011년 5월 세상을 떠난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겸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이 그렇다.

김 소장은 사찰생태의 수호자였으며 편파 왜곡 방송을 저지하는 호법신장이었다. 1949년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부터 교사로 재직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불자가 된 사연도 독특하다. 학생들과 처음 소풍갔던 안성 칠장사에서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법문을 들으면서부터다. 여러 달을 고민하다 돌연 출가를 단행한 그는 5년간 스님으로 지내다 세간으로 돌아왔다. 다시 교편을 잡은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철거민 등 소외이웃을 돕기 위해 시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고, 이런 그가 학교에선 부담스러웠는지 사퇴를 종용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그는 1988년 KBS 8기 방송작가가 되면서 본격적인 불교운동을 시작했다. 1991년 두레문화기행, 1994년 두레생태기행을 만들어 사람들과 전국 사찰을 찾아 나섰다. 생태와 체험, 전통 중심의 단체 두레생태기행으로 국내 환경운동 및 교육에 생태탐방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2002년 3월에는 사찰생태연구소를 창립, 전국 108사찰 생태조사 10년 원력을 세우고 오로지 발로 뛰어 사찰 주변 생태환경을 기록했다. 20년간 600여 차례의 사찰 답사를 통해 새로운 여행문화를 이끌었으며, 사찰 지형과 식물, 조류, 곤충, 어류, 동물, 생활환경 등을 원고지 7000장에 이르는 보고서와 5000장의 사진으로 남겼다.

환경, 생태연구, 답사문화 못지않게 그의 발자취가 뚜렷한 것이 방송모니터 활동이다. 1990년 보리방송모니터회를 창립한 그는 방송의 역기능으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고 불교왜곡과 편파보도로부터 불법승 삼보 수호에 착수했다.

김 소장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개선에 나선 것은 지상파 방송 MBC의 선교 프로그램 ‘행복으로의 초대’였다. 일요일 아침 6시부터 30분 동안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을 내보내는 이 프로그램은 1979년 대전 MBC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전주, 춘천, 마산, 울산, 진주, 강릉, 목포, 제주, 여수, 안동, 원주, 청주, 충주, 삼척, 포항 MBC에서 방영했다. 서울과 대구를 제외하고는 매주 일요일 아침 MBC는 선교의 장이었던 셈이다.

불교계의 반발이 이어졌으나 MBC는 순복음교회와 지방 방송국과의 계약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렇게 MBC는 10년 넘게 선교방송을 이어갔고 불자들은 점차 ‘어쩔 수 없다’는 패배의식에 젖어갔다.

이때 MBC 선교방송 중단을 전면 촉구하고 나선 것이 김 소장이었다. 그는 MBC 선교방송이 왜 방송법에 어긋나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동시에 불교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것이 기폭제가 돼 보리방송모니터회, 우리는선우, 경불련, 선우도량, 석림회, 중앙승가대 학생회, 대한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불교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김 소장은 동출 스님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범불교도 결의대회, MBC 선교방송 규탄 서명 운동, 방송위 시정 요구 등이 잇따르면서 1992년 MBC는 마침내 선교방송을 접었다. 불교계가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 한가운데 김 소장이 있었다.

김 소장은 불교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생명을 경시하거나 반인륜적 방송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또 지속적으로 회원들을 모집해 1년에 4번 모니터 교육과 시청자 운동의 필요성을 알려나갔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그런 김 소장이 갑작스레 폐암으로 세연을 접었다. 지금 방송 환경은 더 자극적이고 먹방이나 레저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도구화하고 있다. MBC도 수년째 불교계에 대한 왜곡과 조롱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은 그리 달라진 게 없는데 그것을 저지할 김 소장은 없다. 그의 원력을 잇겠다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이 없다면 이제 종단에서 그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것이 미디어시대의 호법인 까닭이다.

mitra@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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