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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짓는 첫걸음, 일상의 자비심

기자명 금해 스님

상대방의 마음 먼저 헤아린다면
삶을 무궁무진 복덕으로 만들어
새해엔 생활 속 자비심 실천하길

지난 휴일 어느 날, 예쁜 부부가 세심청심에 나오는 저의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독자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불교공부도 같이 하고, 틈 날 때마다 전국 사찰을 순례할 정도로 신심이 깊었습니다. 함께 나들이 하는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간단히 차 한 잔을 놓으니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절에서 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찰이든 참배만 했지, 보살님이나 스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답니다. 스님을 만나 차를 마시는 설레는 장면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었지요. 아는 인연이 없으면, 차 한 잔도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저도 놀랐습니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사상 중 하나가 자비심입니다. 보살의 자비심은 인연의 멀고 가까움을 차별하지 않고, 상대를 연민하고 사랑하는 무량한 마음입니다. 자기 위주가 아니라 대상을 중심으로 한 마음이지요. 나아가 모든 만물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자비행이 이렇게 이상적인 큰 보살행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대상을 향한 미소, 말 한마디, 작은 손길, 배려 하나하나 그 모두가 자비행입니다. 

옛날 스님들은 토굴에서 안거를 보낸 후 떠날 때, 자신이 사용한 만큼의 장작과 물품을 채워 넣는 것으로 회향했습니다. 다음 사람이 토굴에서 지낼 것을 미리 생각해서 배려하는 것이지요. 그가 일반인일지 수행자일지, 얼마나 머물지 전혀 모르면서 행하는 일입니다.

봉사를 잘 한다고 신도님들의 칭찬이 자자한 거사님이 계십니다. 특별하게 기술이 좋거나 시간을 더 많이 내는 것도 아닌데, 대중들이 좋아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을 마친 뒤, 뒷정리까지 깨끗이 해 주시고 모든 도구들을 제자리에 반듯하게 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자비행은 경전에서 설해지는 큰 보살행보다 일상에서 훨씬 더 다양하게 베풀어집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항상 덕담하는 내용과 같습니다.

좋은 일은 나보다 남을 먼저 챙겨줍니다. 내가 차 한잔 마실 때, 주변 사람들의 차를 같이 타서 나누어주고, 공양할 때는 우리 가족보다 다른 이들의 공양을 먼저 챙겨 줍니다. 자리에 앉을 때, 다른 사람을 먼저 앉도록 물러나면 됩니다. 

그리고 힘든 일은 내가 먼저 나섭니다. 설거지나 청소, 봉사 할 때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내 고집을 버리고 상대가 하는 방법대로 나를 맞추어 줍니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다면, 복은 저절로 쌓일 것입니다. 그래서 보살은 일상의 삶을 무궁무진한 복덕으로 만듭니다. 
 

금해 스님

새해에는 상대 입장에서 살펴보고, 차별 없는 자비심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절에 오는 모든 이들의 손에 따뜻한 차 한 잔이 올려질 수 있도록 세상을 널리널리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손길, 나의 미소, 나의 말 한마디로 세상 모든 이들이 부처님을 더 가까이 하고,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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