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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의 역습

기자명 허남결
  • 법보시론
  • 입력 2020.02.11 10:43
  • 수정 2020.02.11 10:47
  • 호수 1524
  • 댓글 0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관련 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관계당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국민들의 일상적인 사회활동도 크게 위축되었다. 약속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소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외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부품공장을 중국에 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부품공급이 여의치 않아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급성 호흡기증후군인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사태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야생동물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해당지역의 식습관이 도마에 올랐다. 바이러스의 1, 2차 숙주로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세계 최초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집트의 알리 무함마드 자키 교수도 최근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다시 지적한 바 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 될 것이다….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남아있는 중국과 서아프리카에서 우한 폐렴과 에볼라가 발병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박쥐가 발병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 박쥐를 복(福)을 불러오는 행운의 동물로 여기고 찌거나 삶아서 먹는 중국인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벌써부터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비하 행위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인종주의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인종주의는 실천윤리학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종차별주의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비난받고 있는 무분별한 식습관은 인종적 편견 이전에 윤리적 반성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들의 선택은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신종 바이러스의 역습은, 불교적으로 말해 물샐틈없는 연기의 그물망 속에서 인간들이 짓는 업과 그에 따른 너무나 당연한 과보라는, 섬뜩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기 때문에 걸리지 않아도 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곱씹어볼수록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그저 단순소박하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기제가 규명되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어리석은 행동은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바이러스의 숙주 역할을 하는 야생박쥐나 사향고양이를 더 이상 먹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곧 그들의 도덕적 의무다. 중국인들의 고유한 식습관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비롯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우리 한국인들도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고기반찬을 과감하게 줄일 때가 되었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자는 제안을 드린다. 여기서 굳이 살생의 업보까지 거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다른 존재의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은 대가로 내 몸이 아프다면 고기를 먹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와 같은 육식문화가 하루빨리 중단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인수공통(人獸共通)의 변종 바이러스가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역수출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연기와 업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위대한 상식’에 다름 아니다. 상식의 힘은 보편성에서 나온다. 신종 바이러스의 역습은 고맙게도 연기와 업보의 보편적 가치를  한 번 더 되새겨보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hnk@dongguk.edu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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