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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잘못조차도 안아줘야

기자명 법장 스님

“험담도 칭찬도 돌고돌아 자신에게 돌아온다”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해도
드러내 질책하면 실수반복
허물 있다고 해도 감쌀 일
창피주려 들추면 회복불능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개인이 방송을 하며 여러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이 하는 발언이나 방송 등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변화되거나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상대를 헐뜯거나 비방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알리는 것에 빠지다 보니 정작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얻게 된 관심이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불교에서는 망어계와 같이 말로써 짓는 죄를 무엇보다 주의시키고 있다. 거짓말과 함께 특히 강조하는 것이 남을 헐뜯는 죄이다. ‘범망경’에서는 이것을 중죄로 보고 ‘제6 설사중과계(說四衆過戒)’에서 금지시키고 있다. 불교의 구성원인 사부대중(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허물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계이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이다. 상대의 잘못을 남에게 드러내어 창피를 주는 행동은 그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이다. 오히려 허물이 있다면 그것을 감싸주고, 부족함을 우리가 채워주어 실수를 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그렇기에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처럼 잘못된 가르침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사람조차도 한 마디의 꾸짖음도 없이 받아주시고, 그로 인한 세상의 질타도 몸소 감수하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서 지나칠 정도로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과시하고 있다. 누구나가 부족함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지나치게 포장하고 무리하게 그것을 채우려고 하다 보니 카푸어나 하우스푸어와 같은 표현까지도 생겨났다. SNS 속의 사진을 보면 모두가 풍족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보다 좋은 것이면 그것보다 나은 것을 얻기 위해 무리한 대출이나 행동을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사람의 허물을 말하며 그러한 사진은 사실 전부 거짓말이라고 무책임하게 비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말은 다시 돌고돌아 자신을 향하는 칼날이 되어 되돌아온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다. ‘뒷담화’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우리는 너무나 가볍고 무책임하게 다른 사람의 말을 입에 담는다. 그러나 그것이 가벼운 말이 될 수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험담의 당사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잘한 일이나 좋은 것을 칭찬하기 보다는 그것을 비방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 헐뜯으려고만 한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질투하거나 자기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를 칭찬하고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자비로써 챙겨주게 된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 시스템에 의해서 그 선한 말은 다시 우리에게 회향되어 돌아온다. 험담도 칭찬도 그 결과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칼날이 되어 돌아오거나 따뜻한 빛이 되어 되돌아 오는가는 지금 우리가 가볍게 한 말 한 마디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모든 말에는 그 책임이 따른다. 우리가 뱉은 험담 한 마디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는 단순한 말 한 마디의 가벼움이 아닌 그 말에 의해 상처를 받은 누군가의 상처의 무게와 같다.

불교를 배우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실천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가장 쉽고 가볍게 할 수 있는 우리의 말 한 마디에서부터 선한 방향으로 바꾼다면 그 순간 자비로 한 걸음을 다가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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