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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인 수행자가 짧은 글‧담박한 그림으로 세상 표현

  • 불서
  • 입력 2020.02.24 10:56
  • 호수 1526
  • 댓글 0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 / 진광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

“다시금 배낭여행 길에 나선다. 배낭을 맨 채 신발 끈을 조여매고는 바람처럼 떠나가는 길.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길과 희망, 깨달음의 나날이기를…. 여행과 수행, 그리고 인생길은 다만 하나로 돌아가나니 그 하나가 무엇인고?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 중밖에 없음이라! 버림과 떠남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여행과 수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라고 말하는 진광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이 수행자와 순례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여행기에 그림을 덧붙여 펴냈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는 저자가 아프리카, 바이칼 호수, 인도, 중국, 일본, 티베트, 실크로드, 동티베트, 러시아, 미국, 태국, 부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수미산 등을 순례하며 그 길에서 새롭게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벼이삭 줍는 마음으로 한데 모았다. 

책에는 저자가 처음 해외 배낭여행을 가게 된 계기부터 혼자서는 찾아가기 어려운 불교 유적들을 순례하며 경험한 이야기, 기독교 문명을 대표하는 이스라엘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정을 나눈 이야기 등이 가득하다. 또 아프리카의 구두닦이, 잔지바르섬의 흑인 청년 미셸, 러시아 딸내미 소피, 모로코 무슬림 여행자 등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희로애락을 자애의 마음으로 대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순박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오늘도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간다. 그 길 위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가고 또한 갈 뿐이다. 절망과 혼돈 속에 있어도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내일의 희망을 위해 신 새벽에 첫걸음을 내딛어라. 그래야지 마침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부디 길과 원수 맺지 마라”며 길을 떠난 스님은 그냥 정처 없이 방랑하는 유랑객이 아니다. “천축으로 구법을 떠나던 옛 스님네의 마음으로 나의 길을 향해 떠나갈 때이다, 길과 희망, 그리고 깨달음을 위하여 가고 또한 갈 지어다”라며 출가본분을 잃지 않으려 스스로를 경책한다.
 

저자는 빅토리아 폭포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며, 그저 대자연을 경외하고 감탄한다.
저자는 빅토리아 폭포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며, 그저 대자연을 경외하고 감탄한다.

그리고 “바오밥나무 아래 어린 왕자랑 사막여우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환영을 본다. 나는 어느새 어린 왕자가 되고 사막여우가 되고 바오밥나무가 된다. 나의 사랑 장미는 어디 있을까? 문득 고향과 나의 장미가 사무치게 그리웁기만 하다. 그것들과 만나기 위해 나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어린 왕자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존재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때론 순간의 감정을 쏟아내고, 때론 수행자의 사유를 드러낸 책에서 여행과 수행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저자 스스로 “화가나 눈 밝은 이가 본다면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졸렬하고 황망할 것”이라며 덧붙인 그림은, 펜화가 김영택 화백이 “이 그림치의 그림을 계속 보노라면 지식과 가식의 벽이 허물어지고 천진무구한 어린이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는 듯하다”고 한 것처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정은 그 자체로 깨달음”이라며 길 위에 서기를 반복하는 저자가 ‘나’를 찾기 위한 나그네 길에서 보여준 짧은 글과 담박한 그림에서 세상과 내가 하나임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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