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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반성적 성찰

온 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어 정부가 위기 경보를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현 상황은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부처님은 독화살을 맞아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예를 들어서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독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또는 화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 근본적인 것을 캐묻기보다는 우선 화살을 뽑고 독을 치료하는 현실적인 대처가 급선무라는 것이 답이다.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서둘러야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더 이상 대규모로 확산되어 통제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게 하는 일이다. 또한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여 목숨을 지키고 완쾌시키는 일이다. 치료는 의료시스템을 총가동하여 현 단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확산의 방지는 의료진이나 정부 시스템의 가동으로만 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의 각성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초기 증상이 없고 잠복기간이 2주나 되어서 감염여부를 쉽게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쉽게 감염이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초기에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현재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염여부를 철저히 체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스스로의 행동을 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더 이상의 확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재난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이상의 급한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반드시 마음에 담고 가야하는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우선 이 상황이 어느 특정인이나 집단의 탓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반성적 성찰이 중요하다.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직간접적으로 자신과 관련되고 있다는 연기의 법칙을 자각한다면 자신이 겪는 불편과 불이익 내지 고통을 타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돌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고난을 함께 겪는 지금의 상황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상호 불신하고 배격하는 결과를 낳아 인간관계의 파괴에 이른다면 이는 질병으로 인한 폐해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로 고통을 겪고 심각하게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당연시하면서 외면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나누려고 노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통과 불이익을 직접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만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당하고 사람이 바이러스인 것처럼 적대시되고 폐기되는 뼈아픈 고통에 신음하지 않고 고통에 당당히 맞서서 이겨내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책임과 동병상련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자신의 감염을 능동적으로 체크하고 드러내는 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재난의 극복을 위해서 위험하고 힘든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헌신하는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한없는 감사와 미안함을 느낀다. 또한 큰 규모의 재난에 큰 틀에서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판단으로 불충분하거나 지나친 대책을 제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시에 큰 대책을 강제적이고 전체적인 방식으로 시행함으로 인해서 발생하게 되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권의 참담한 침해에 대해서도 섬세한 고려와 따뜻한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정영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yunjai@seoultech.ac.kr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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