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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심사평으로 본 ‘좋은 신행수기’

  • 교계
  • 입력 2020.03.02 13:59
  • 수정 2020.03.09 10:46
  • 호수 1527
  • 댓글 0

체험·신심 잘 녹아있고 기승전결 구조 갖춰야

가피·기적 고백도 소중하지만 현재 변화된 모습 중요
진정성·지속성으로 다른 불자들에게 신행모델 되어야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의 진솔한 삶을 글로 정리해 드러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신행수기를 쓰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불자들의 성찰과 용기는 한국불교와 불자들의 신행생활을 바꾸는 작지만 소중한 불씨가 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BBS불교방송이 공동주관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는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시작돼 지난 6년간 불교계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불자들이 일상에서의 수행과 기도를 통해 경험한 가피와 체험담을 공모한 이 사업에는 매년 150~200여명이 동참하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시상의 폭이 확대되고 공모분야가 세분화되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암담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의 깊은 번민,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가 주는 죽음의 공포, 연이은 사업 실패에 따른 극단적 좌절, 숙명처럼 주어진 장애로 인한 절망감…. 더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불교와의 인연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자리이타의 삶을 살아가는 불자들의 신행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전한다.

그동안 심사를 진행한 심사위원들은 신행수기를 어떻게 보았을까. 

“한 글자씩 꼭꼭 눌러쓴 원고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과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신앙심을 엿보기에 충분했다.”(김상일 동국대 교수)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정진하는 사연들은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화엄의 꽃을 보는 듯했다.”(조정육 작가) “글을 쓰는 것도 수행이다. 중생의 아픔, 우리 불자들의 아픔과 신행, 기도소리를 보며 관세음보살을 떠올렸다.”(김형중 문학박사)

역대 심사평을 통해 살펴본 이상적인 신행수기 공통점은 글 속에 불교적 체험과 신심, 신행생활이 잘 녹아있다는 점이다. 많은 응모작들이 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도의 힘으로 나았다는 신앙체험담을 담아냈다. 가피를 입고 기적을 체험했다는 고백도 소중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위기가 어떤 일깨움을 주었는지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신앙생활로 자신의 어떤 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아냈는지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역대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신행수기도 엄연한 작품이기에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는 게 좋다. 수행과 기도를 통해 고통과 역경이 평안함과 공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균형 있고 완성도 높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신행수기에는 진정성이 담겨야 하고, 지속성이 있어 다른 불자들에게 신행의 모델이 돼야 한다. 반면 경전과 어록에 대한 지나친 인용이나 비문 및 오탈자는 심사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다. 물론 전문작가가 아닌 만큼 어느 정도 참작은 된다.

신행수기의 장점은 글을 쓰거나 읽는 이 모두에게 큰 신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다. 글을 쓰는 이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글을 읽는 이는 다른 불자들의 절절한 사연을 보면서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신행수기는 삶의 고비마다 맞닥뜨리는 역경이 나를 참다운 불자로 살아가도록 이끌기 위한 가르침이었다는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부처님을 만나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가피 체험에 그치지 않고 불자로서 참된 길을 걷는 모습을 담아낸 신행수기는 불자들의 신행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불자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일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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