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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희망백신 ‘무재칠시’ 확산 기대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3.09 13:45
  • 호수 1528
  • 댓글 0

부드러운 말·자애로움 담긴 눈길이
세상의 고통 없애주는 최고 치료제
코로나19가 우리 일상 뒤흔들지만
무재칠시 작용하는 한 결국 사라져

‘잡보장경’ 속 부처님은 재산이 없어도 타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 즉 무재칠시를 전하셨다. 밝고 정다운 얼굴로 대하는 화안시,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는 자안시, 부드러운 말로 희망과 기쁨을 주는 애어시, 따듯한 마음으로 상대를 헤아리는 심시,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신시, 남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상좌시, 방을 제공해 재워주는 방사시 등이다.
한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영남의 대구. 한국 민주주의 운동을 선도해 온 호남의 광주. 정치에 관한한 두 도시는 늘 대립각을 세우며 반목해왔다. 지역 대표 정치인과 보수·진보 논객의 상대를 향한 날선 비판은 지역감정마저 불러일으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해묵은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두 도시는 2009년 달빛동맹을 맺으며 ‘형제의 도시’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천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남아 있었다.

코로나19가 대구를 휩쓸며 시민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밀어 넣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온정의 손길을 건넨 건 광주였다. 대구에서의 첫 확진환자 발생 이틀 뒤인 2월20일 광주시는 마스크 2만개를 전달했다. 확진환자가 순식간에 급증하며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경증 확진환자를 이송해 와 치료하겠다고 나선 것도 광주였다. 

3월1일 이용섭 광주시장의 특별담화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1980년 5월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뜻을 함께 한 수많은 연대의 손길 덕분입니다.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김부겸(대구 수성 갑) 의원은 “광주가 내밀어준 따뜻한 손길 덕분에 사회적 고립감이 녹는 느낌”이라며 “지역감정은 낡은 시대의 유물이고, 달빛동맹이 결코 구호가 아님을 보여줬다”고 화답했다.

3월3일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한 어르신이 찾아와 손 바늘 흔적이 역력한 면 마스크 20개를 건넸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평소 주민센터를 자주 찾았던 어르신이었다고 한다. 동장의 통화로 확인된 어르신의 설명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평소 직원들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 코로나19로 바쁜 거 같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봉틀을 이용해 완성도 높은 마스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재봉틀이 고장 나 손바느질로 만들었습니다. 다소 착용하는 데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눈시울이 붉어진 한 주민센터 직원은 그날의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이 마스크는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효과가 뛰어난 희망백신입니다. 방역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인천광역시 한의사회 회장은 비상근무 중인 공무원들에게 보약을 전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외출하지 못해 통장에 돈이 쌓여간다는 어느 시민은 “코로나19가 물러가면 매일 세끼 외식을 하겠다”며 “자영업자들은 각오하라”고 했다. 무료급식소가 폐쇄되자 도시락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양의 한 기업은 마스크 3만개를 취약계층에 전해달라고 안양시에 기탁했다.

종교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에서는 의료진을 비롯한 방역관계자들의 휴식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익템플스테이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극복 기도정진’을 전국 사찰서 봉행하기로 했다. 사찰에 상주하는 스님들이 조석예불을 올릴 때마다 재난 ‘약사여래경’이나 ‘보배경’에 기반 한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약사여래경’은 대승불교권에서 병고를 극복하기 위해 독송한 경전이고, ‘보배경’은 인도 웨살리에 전염병이 퍼졌을 때 부처님께서 독송했던 경전이다.

태고종도 방역 성금 전달과 함께 코로나19 종식 및 희생자 추모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태고종 구호단체 나우누리 또한 현 사태 조기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국대 경주병원에 지원금을 전달했다. 동국대는 조계종 종립대학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 무재칠시가 희망백신으로 작용하는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조금만 더 견디며 서로를 보듬어 보자!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다 행복’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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