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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타인 허물 드러내는 방법

기자명 정원 스님

‘때, 진실, 이익, 말, 자비심’에 모두 부합해야

비구 허물 물을 때 사실이라도
적극 나서서 설명 말 것 명시
참회법·갈마법 등 실행 없이는
승가 청정성 살릴 방법은 요원

‘사분율’에 의하면 다른 비구의 죄를 드러낼 때는 적절한 때와 적절하지 않은 때를 알아야 하고, 진실이며 거짓이 아니어야 하고, 이익을 주고 손해를 주지 않으며, 부드러운 말로써, 성내는 마음 없이 자비심으로 해야 한다. 영지율사는 ‘사분율행사초자지기’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첫째, 때를 알아야 한다. 죄를 드러내기 마땅한 때와 마땅하지 않은 때를 아는 것이다. 거죄(擧罪)에 적당한 시기를 알고 적당하지 않은 때는 죄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죄를 범했더라도 그를 따르는 문도나 속가 권속이 있는 앞에서 죄를 드러낸다면 때를 모르는 것이다. 구족계를 받지 않은 이 앞에서도 적당한 때가 아니다. 이렇게 때를 알아야 육화합 가운데 의(意)가 화합하여 다툼이 없다.

둘째, 진실이어야 한다. 죄의 내용이 진실이고 거짓이 아니어야 한다. 착오나 실수가 있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이 실제 범했는지 ‘보고 듣고 의심’ 되는 세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지 거짓으로 타인의 과실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셋째, 이익이 있어야 한다. 이익이란 손실이나 손해가 없는 것이다. 타인의 과실을 드러내는 목적은 참회하여 청정을 회복하고 미덕이 드러나게 할 목적이지 손실과 폄훼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넷째, 부드러운 말을 써야 한다. 거칠거나 사납지 않고 부드럽고 온화한 말을 써서 권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죄를 범한 사람이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거칠고 사나운 말이나 폭로성 언어를 써서 타인의 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자비심으로 해야 한다. 성냄 없이 중생을 가련하게 여기고 안락을 줄 수 있어야 비법(非法)을 실천하지 않는 까닭이다. 성내는 마음으로 다른 이의 죄나 허물을 아무 때나 드러내서는 안 된다.

‘마하승기율’에는 사람들이 비구의 허물에 대해 물어볼 경우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도 비구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명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재가자가 “아무개 비구가 음계나 음주계를 범했습니까?”라고 물으면, 비구는 “그 스스로 당연히 알겠지요”라고 답해야 한다. 만약 대중이 이미 갈마작법을 마친 후에 재가자가 묻는다면 거꾸로 그에게 “어디서 들었습니까?”라고 되물어야 한다. 만약 “모처에서 들었습니다”라고 답하면 그때서야 비구는 “나 역시 모처에서 들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십송율’에는 어떤 이가 “불법에도 여전히 어리석은 사람이 있군요”라고 비난하면 비구는 “우리 출가자가 워낙 많아서 갖가지 종류의 사람이 다 있습니다”라고 답하라고 가르친다. 도선율사는 이러한 대응방식은 불법을 지키는 중요한 요체로써 재가자가 승가를 가볍게 여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므로 주의를 당부한다.

SNS상에서 출가자가 다른 출가자의 허물을 토로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 또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출가자나 승단의 허물을 재가자에게 전할 수 있는 경우는 갈마를 통해 허락되었을 때이다. 출가자가 승단 내부의 세세한 다툼까지 외부에 폭로하면 바라제목차에 위배될 뿐 아니라 승가의 위상을 훼손하고 불자의 신심을 떨어뜨리면서 대부분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은 계법을 배우지 않아 행주좌와에 절제가 없고, 마음이 법에 가 있지 않고, 방종하는 출가자를 길가의 대소변처럼 여기는 세태이다. 지계의식을 높이고 참회법과 갈마법 등이 일상에서 실행됨으로써 개인과 승단이 청정을 스스로 점검하는 풍토가 되지 않고는 오염되는 승가를 되살릴 수 있는 해법은 애석하게도 요원해 보인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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