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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탐닉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0.03.31 16:52
  • 수정 2020.04.02 13:46
  • 호수 1531
  • 댓글 0

군중 속 고독 아닌 정보 속 절망이
우리들 엄습했단 사실 자각해야
아집 내려놓는 것이 무소유 실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산업화 사회에서 타인 지향적인 유형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예전에 누릴 수 없었던 다양한 대중과 함께하면서도 끊임없이 내적 공허감을 갖는 고독한 인간의 심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참 낯설었지만, 가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허전함을 달래며 독백처럼 중얼거리던 일이 생각난다.

정보화시대가 펼쳐졌다. 한 세대가 산업화시대를 거쳐 정보화시대까지 단숨에 달려와 버린 대한민국은 외적 성장이 주는 달콤한 풍요에 너무 취해 있는 듯도 하다. 외적인 성장과 번영에 비해 우리들의 의식은 그것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실 사회에서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사람들은 좌우 이념적 대립에 종속되어 분열이 가속화되고 깊어진다고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은 그러한 이념분류만으로는 충분한 정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정보화시대의 물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보화 시대는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가공해서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답을 찾아가는 놀이문화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물리적 공간 안의 지인들, 심지어 가정 안에서조차 각자가 다른 정보의 세계에 접속해 각자의 가치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상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더라도 심리적인 분열을 일으키는가 하면 반대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같은 정보망 안에서 더 깊은 연대의식을 갖게도 한다. 

이러한 현상 자체가 좋다거나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삶에 한번 노출되면 같은 계통의 정보에 지속적으로 빠지게 되고 스스로 그곳을 정의라 생각하면서 빠져나오려 하지도, 탈출하지도 못한 채 허덕이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정보 발생의 속도와 정보의 양은 전 세대에 비해 수십억 배가 넘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의 생물학적 정보인지능력은 조금도 증가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보편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정 정보만 받아들여 자신을 함몰시켜가지만, 전혀 그러한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정보접속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젊은이들은 조금이나마 다양성에 유연함을 갖지만 장년층과 노년층은 왜곡된 정보의 늪에 쉽게 빠지고 헤어나오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 

한때 극단으로 치달렸던 우리사회의 좌우이념 대립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정보화시대를 틈타 다시 고개를 내미는 양상이다. 각자가 몰입한 정보의 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또 다른 대립의 극한으로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성원 스님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정보 속 절망의 시간이 우리들을 엄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자각해야 한다. 몰입된 정보로 형성된 아집의 가치관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부처님께서 전한 무소유를 정보화시대에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오늘 더 많은 정보의 탐닉에 허덕이지 말고 너무 가진 정보의 조각들을 버리고 좀 더 자유로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보고 싶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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