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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율장의 중국 전래

기자명 정원 스님

사분율은 북방지역 기후·문화 특성 반영한 맞춤형 율장

율장은 단순한 문헌 아니라
승단 건강하게 만드는 원천
남·북방불교 차이 고려할 때
번지수 틀린 비난도 멈출 것

어느 분이 물었다. “스님! 남방에 가보니까 비구스님이 담배도 피고 심지어 문신을 한 분도 있었어요. 남방 스님들은 탁발을 하는데 왜 우리 스님들은 탁발을 안 해요? 남방은 육식을 하는데 우리는 왜 육식을 하면 안 되나요?”

상좌부의 계율을 언급하면서 출가자의 생활을 평가하는 경우를 SNS상에서 자주 보았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직접 받으니 어떻게 답할까 고민스러웠다. 조금 어렵더라도 율장이 중국에 전래된 상황과 ‘사분율장’이 여타의 율장과 다른 점 등을 살펴봐야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상좌부불교나 티베트불교는 시작부터 단 하나의 율장만 있었던 것과 달리 중국은 광율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역되는 독특한 상황을 겪었다. 구마라즙이 404년 ‘십송율’의 번역을 시작한 이래 거의 20년 내에 ‘사분율’(410~412), ‘마하승기율’(416~418), ‘오분율’(423~424) 등이 번역되었다. 수나라 때까지만 해도 대체적으로 수계는 ‘사분율’에 의거하고, 송계는 ‘승기율’의 계본을 쓰며, 율장연구는 ‘십송율’이 성행하는 풍토였다. 그런데 각 율장마다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동일한 사항에 대한 지범(持犯) 판단이 상충되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 혼란을 정리하는 단초를 마련한 분이 북위 효문제 때의 법총 율사(468~559)다. 그는 원래 ‘승기율’을 연구했으나 중국의 비구계 수계가 250년 담마가라에 의해 ‘사분갈마’와 ‘승기계본’을 통해 시작되었으나 사분갈마에 의해 계체를 얻었으므로 수계 이후의 학습이나 실천도 사분율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그 뒤를 이어 걸출한 제자들이 사분율장을 계속 연구하고 주석서를 써왔으나 구마라즙의 영향으로 ‘십송율’이 위치가 더 우세였다. 당나라에 이르러 법려율사, 도선율사, 회수율사 등 ‘사분율’ 3대가에 의해 중국대륙의 계율풍토는 ‘사분율’ 중심으로 자리 잡고 중종(684~709)이 남부지방에서 일부 사용되던 ‘십송율’을 금지하라는 칙령을 내리면서 ‘사분율’로 완전 통일되었다.

송나라 영지율사는 ‘행사초자지기’에서 도선율사가 네 가지 광율 가운데 ‘사분율’에 편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국의 수계는 처음부터 ‘사분갈마법’에 따랐다. 비록 다른 율장도 번역되었지만 다른 율을 사용하여 구족계 전계가 이뤄진 적이 없다. 계본은 여러 종류가 있어도 계를 받는 기준인 갈마법은 하나의 율장만을 따른다. 도선 스님은 수계 이후 지켜야 할 ‘계행’과 ‘지계 및 범계’를 해석하는 기준이 ‘어느 율장에 의거하여 비구계를 받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분율’을 종주로 삼았다.

상좌부불교의 계율 관점만이 옳다는 주장에 입각한 비판은 우리 불교가 지계와 율장에 대해 소홀히 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생각하면서도 늘 아쉽다.

율장은 단순히 문헌이 아니라 승단을 건강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생명의 원천이다. 각 나라 불교가 오랜 역사 속에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특성을 반영한 생명력을 현재까지 이어온 것은 승단의 생성과 운영에 내재된 율장의 존재 때문이다. 

‘사분율장’은 북방지역이 가지는 기후·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이다. 따라서 ‘사분율장’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실천이 선행되지 않으면 상좌부불교와 북방불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되는 번지수 틀린 비난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특히 초학자들은 출가를 가능하게 만든 ‘사분율장’을 더 많이 공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를 희망해 본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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