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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도선율사의 남산율종

기자명 정원 스님

율과 대승정신 회통으로 북방 계율전통 정착

초기 중국불교 율장 많아 혼란
도선, 현실적으로 율장 재해석
다른 율장·해석서도 적극 활용
현대 문제에 계율적 접근 가능

율장연구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부처님 당시 생활상을 실질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을 끌 요소가 많다. 그런데 학자의 접근법이 연구 중심이라면 수행자나 불자는 실행의 측면에서 율장에 접근해야 한다. 이것은 중요한 변별점인데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는 수행이라는 관점이다. 모든 율장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과 집단이 번뇌를 여의고 해탈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출가자가 율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출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초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율장은 실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작지(作持) 부분을 이야기할 때 더욱 그렇다. 생활에서 대중이 함께 갈마나 송계 등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책을 자세히 읽어도 그것이 주는 효용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되는 것 같다가도 궁극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율장의 효용성이 바로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생활에서 적용하지 않는다면 율장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승가의 윤리체계이며 수행자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수행가이드인지 알 수 없다.

둘째는 소의율장의 문제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어느 율장에 의거해서 비구계를 받았는가는 수계 이후 신·구·의 삼업을 지켜가는 기준을 결정한다. 사분율장에 의거해서 비구가 된 이는 사분율 갈마에 의해 계체가 형성되었으므로 사분율에 의거하여 계행을 닦아야 하고, 팔리율에 의거해서 비구가 된 이는 팔리율을, 근본설일체유부율로 계를 받은 이는 유부율을 소의로 삼아 계행을 점검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섭수하기 위해 어느 하나의 율장에서 결여된 부분을 보충하고 서로간의 장점을 취하고 배우는 행위는 찬탄할 일이지만, 사분율장을 소의로 하는 이들에게 팔리율의 잣대로 혹은 팔리율을 소의로 하는 이들에게 사분율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수행의 관점에서 실익이 없다. 

셋째는 역사성의 문제이다. 계율은 문자로 전래되었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삶의 현장은 지극히 역동적이다. 따라서 계율의 이해를 위해서는 승단에서 계율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해 왔는가라는 역사성을 살펴야 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하나의 계율만 적용해온 상좌부불교와 달리 중국에서는 4가지 율이 동시에 번역되어 비교평가 되는 혼란한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도선이라는 위대한 스님이 등장하여 율장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하고 적용하는 이론의 틀을 세웠는데 그것이 남산율종이다.

도선율사의 남산율종이 북방불교의 계율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성문율인 사분율에서 당시 성행하기 시작한 대승불교의 정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찾아내고, ‘법화경’의 회삼귀일과 ‘열반경’의 부율담상(扶律談常) 사상으로 회통했기 때문이다. 도선율사는 수계자가 어떤 마음과 원력으로 계를 받느냐에 따라 계체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계체론(戒體論)을 정립하였다. 똑같은 사분율에 의해 수계하더라도 사홍서원의 큰 보리심을 발하고 계를 받으면 대승보살의 계체가 성립되어 제8아뢰야식에 선종자로 보관된다고 보았다. 남산율종은 ‘사분율을 위주’로 하되 누락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다른 율에서 보충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계율전통은 사분율, 오분율, 십송율, 마하승기율 등의 광율과 각 율장의 해석서들까지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융통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융통성은 승가가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계율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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