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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류기운·문정후의 ‘고수’-상

기자명 유응오

평정심 갖춘 무림의 절대강자

스승 복수에 나선 제자가 주인공
4천왕 찾아가 사투 벌이는 내용
일부 인물들 사람 살리려고 싸움
‘살인검과 활인검’ 화두와 유사

웹툰 ‘고수’는 탐·진·치 삼독심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해칠 수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깨닫게 한다.
웹툰 ‘고수’는 탐·진·치 삼독심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해칠 수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깨닫게 한다.

류기운이 쓰고, 문정후가 그린 ‘고수’는 황룡사의 고승 명정대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서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직접적으로 불교적인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 않는 까닭에 불교 웹툰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불교사상이나 불교문화에 입각해 해석이 가능한 화소(話素)들이 많다.

한국 무협 웹툰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용비불패’의 후속작인 이 작품은 사파무림의 절대자로 군림했던 독고룡의 마지막 제자인 강룡이 스승을 배신한 파천문 사천왕(혈비, 귀영, 막사평, 환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림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강룡이 파천문 사천왕들이 내분으로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결국 하산한 강룡은 삼거리 객점에 몸을 의탁한다. 삼거리 객점에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술이 매우 능해서 곧잘 남자에게 구애를 받는 점장과 신통한 무녀의 딸인 송예린이 있다. 강룡은 청부단체인 백마곡의 곡주인 진가령에게 파천문의 사천왕에게 행방을 알아달라고 의뢰한다. 파천문의 사천왕이 살아 있음을 알고서 강룡은 차례대로 4천왕을 찾아가 스승의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 이 작품의 주된 서사이다.

이 작품에는 파천문, 부활 파천문, 백마곡, 내선향, 무림맹, 풍진방, 패림당, 신선림 등 수많은 문파가 나오고, 그 문파에 딸린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인물군상들은 대부분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강호의 고수가 되겠다는 탐욕은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에 어떠한 경우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강룡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인물군상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탐, 진, 치 삼독심(三毒心)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지 깨닫게 된다.

작품에는 여러 차례 환술을 써서 상대의 마음을 현혹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환술에 대해 작가는 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한쪽 방향으로만 의지가 작용하는 자들일수록 환술에 걸려드는 법이다. 인간의 오감이란 생각보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것이거든”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환술에서 빠져나오는 법도 일러주는데, 그 방법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의 조주 스님이 “무엇이 도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스승인 남전 스님은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고 대답했다. 평상심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곧 도인이며, 불보살이 아니고서는 평상심을 지니고 살아갈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화두이다. 평상심이 곧 도임을 깨달은 조주 스님이기에 깨달음을 구하는 납자들에게 “차나 한 잔 마시게(喫茶去)”라고 동문서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수라 세계에서도 주인공인 강룡과 촌민들로부터 미륵님으로 추앙받으며 살아가는 귀영 등 일부 인물들은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닌 살리는 데 목적을 두고 싸움에 임한다. 이 대목에서 살인검(殺人劍)과 활인검(活人劍)이라는 ‘벽암록’의 화두를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진정으로 절대자가 되고자 한다면 명심해 두게. 강함만을 추구한다면 언젠가 더 강한 것을 만났을 때 부러질 수밖에 없어. 그것이 무림이라는 칼날 위에 서 있는 우리의 숙명일세”라는 대사를 통해서 부드러운 성품을 지녀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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