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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전하는 인간의 삶을 회복하는 길

  • 불서
  • 입력 2020.05.11 11:08
  • 수정 2020.05.14 18:03
  • 호수 1537
  • 댓글 1

‘좋은 말씀’ / 맑고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좋은 말씀’

송광사 뒷산 불일암과 강원도 오두막에 은거하며 홀로 수행하던 법정 스님은 ‘생전에 밥값은 하고 가겠다’며 개인의 청정함이 사회적 메아리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맑고향기롭게를 발족했다. 이어 대원각을 길상사로 가꾸고 말과 글을 통해 대중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전하다가 2010년 대중 곁을 떠났다.

사회 대중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부처님 가르침을 폈던 스님의 뜻을 이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맑고향기롭게가 스님 입적 10주기를 추모하며 미출간 법문과 강연 31편을 엮어 ‘좋은 말씀’으로 펴냈다. 어느 때인가 ‘가슴에 새길 좋은 말씀 하나만 써 달라’며 스님이 쓴 책을 내밀던 재가자에게 친필로 ‘좋은 말씀’이라고 써줬던 데서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법회와 대중 강연을 통해 전했던, 울림이 큰 메시지들 중에 골라 엮은 책은 환경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가로서 발걸음을 시작한 스님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고, 고독과 수행의 끝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메아리도 만날 수 있다.

스님은 여기서 어린 자녀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행복과 자유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세상을 치유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더하고 보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고 버리는 것이며,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청정함을 캐내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하는 가르침들은 채울수록 더 큰 공복감을 느끼고 갈증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존재 전체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다음 순간 더 많은 이웃을 사랑할 수 있어요.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서로의 마음이 맑아져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됩니다”라며 지혜와 자비의 길을 안내한 스님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사건과 사고는 인과관계의 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라면서 지금의 업과 인연은 반드시 내일의 결과로 이어짐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대중에게 ‘인간의 삶을 회복하는 길’을 안내했던 이야기들을 엮은 미출간 법문집이 발간됐다.
법정 스님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대중에게 ‘인간의 삶을 회복하는 길’을 안내했던 이야기들을 엮은 미출간 법문집이 발간됐다.

스님은 또 “흙과 나무와 풀과 새와 짐승을 가까이 하십시오. 또 구름과 별과 달과 바람과 이슬을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껴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자연스러움을 함께 일깨울 수 있어야 됩니다”라며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돌아가 의지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볼 것을 당부한다.

그런가 하면 “지나간 과거사는 흘러가 버린 물과 같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또 지나간 과거를 두고 후회하지도 말아야 됩니다. 자책하지 말고, 원망하지도 마십시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전생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때문에 현재가 소멸돼요”라고 불보살과 성현들이 남긴 삶의 비결을 전한다.

그리고 “정진하는 사람은 순간순간 새롭게 자기의 삶이 꽃피어나기 때문에 과거에 붙들리지 않아요. 미래를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순간을 살기 때문에, 늘 지금이기 때문에…”라면서 현재에 충실할 것을 역설한 스님은 “남을 도우면 도움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다 같이 충만해집니다. 받는 쪽보다는 주는 쪽이 더욱 충만해집니다. 이것이 나눔의 비밀입니다”라며 맑은 가난의 삶을 추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법정 스님이 대중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는 이처럼 현대인의 숙명적인 공허함과 외로움, 자아 상실, 도덕적 해이와 환경 문제, 물질 숭배, 희미해져가는 행복과 자유, 그리고 이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역할들이 담겨 있다. 스님이 생전에 혼탁한 세상에 던진 메시지에서 인간의 삶을 회복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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