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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리처드 T 모리스의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기자명 박사

현재야 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

곰·거북 등 각자 방법으로 모험
우리 삶 완벽한 은유로 그려내
펄떡펄떡 생생히 뛰는 삶 보여
삶 빛날 수 있게 결정하는 건 ‘나’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갖고 있었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확 뒤집었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에 있지 못하던 우리에게,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임을 상기시켜준 것이다. 과거가 궁금하다면 지금의 나를 보라. 지금의 내가 과거의 결과다.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의 나를 보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내 미래를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고 하려고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 안에 과거와 미래가 모두 들어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한 행동은 즉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미래는 온전히 내 책임이고, 악한 일은 바로 악업으로 쌓인다. 거기에 더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론을 떠올린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내가 한 일의 영향이 일파만파 번져 누군가의 고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느니 내 손을 묶고 스스로 자가 격리하는 게 나으리라.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강가에 살던 곰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 유쾌한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자명하다.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어느 날 곰이 강을 따라갔어. 그저 궁금해서 말이야.” 그러다 곰은 그만 물에 빠지고 만다. “곰은 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엄청난 모험에 빠졌다는 건 몰랐지. 폴짝, 개구리가 뛰어올랐을 때까진 말이야.” 

이 책에 나오는 곰, 개구리, 거북이, 비버, 너구리, 오리들은 제각각의 방법으로 이 모험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 중에서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구리는 친구가 없어 개굴개굴 외로워했어. 하지만 친구가 무척 많다는 건 몰랐지. 불쑥, 거북이들이 올라왔을 때까진 말이야.”

거북이도 마찬가지다. “거북이들은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리려 애썼어. 하지만 통나무배 타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진 몰랐지. 훌쩍, 비버가 올라탔을 때까진 말이야.” 비버라고 미래를 알았겠는가. 갖가지 개성을 가진 동물들이 곰이 타고 있는 통나무배에 올라타면서 모험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글을 쓴 리처드 T. 모리스는 이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 속 주인공들처럼 삶이라는 강에 자신을 맡기고 성큼 배에 올라타 볼 것, 개성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그림을 그린 르웬 팜은 또 이렇게 말한다. “단순하고 선명한 이야기지만, 곰곰 들여다볼수록 우리 삶을 ‘완벽한 은유’로 그려냈다는 걸 알게 되지요.”

그렇다.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생생하게 펄떡펄떡 뛰는 삶이다. 마치 전염병 환자처럼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무 것도 하려하지 않는다면 삶은 앙상하고 칙칙해진다. 부처님이 그런 삶을 권했을 리는 없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알려주신 것은 “우리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내 삶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나다. 현재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삶을 멋지게 펼쳐낼 수 있을지 아는 것도 나다. 

이 책은 각자의 행동이 어떻게 타인과 어우러져 미래를 만드는지 귀엽고 활기차게 보여준다. “그 동안 여러 친구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살아왔어. 여기 이렇게 함께 있게 될 줄 몰랐단다. 첨벙첨벙, 강을 따라 흘러가 보기 전까진 말이야.” 마지막 장면은 이들 동물이 모두 원했던 완벽한 풍경을 보여준다. 목표로 삼지 않았지만 원했던 것보다 더 풍성하게 이루어진 삶.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에 가려면 지금 당장, 움츠러들었던 손을 내밀어야 하리라.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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