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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국민 위한 종교로 거듭날 때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는 사람을 위한 종교…늘 사람과 나가야”

원효 스님은 민중속으로 향했고
사명대사는 전장 뛰어 들었으니
코로나 위기도 이같이 극복해야
불국토 향한 바른 신심이 ‘희망’

불교는 중도의 가르침을 설하는 종교로서 어느 한 쪽의 사상만을 고집하는 것을 부정한다. 특히 자신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편향된 이야기를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불교에서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에 현재도 불교의 대사회적 운동이나 발언이 다른 종교에 비해 적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하는 것이다.

종교라는 특성상 정치적 행동이나 발언을 하게 되면 반드시 그 집단과 반대되는 이들에게 의도치 않은 괴로움과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또한 국가나 사회와 관계를 맺고 지내다 보면 그 안에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도 있다. 불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대승불교에서는 보살로서의 삶과 행동의 추구를 가장 수승한 수행으로 본다. 보살이란 철저히 자신을 내려놓고 중생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잘 아는 관세음보살이나 보현보살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항상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해주는 존재가 바로 보살인 것이다. 이런 보살의 삶을 추구하는 불교에서 정치참여나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자칫 편향된 종교의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기에 항상 주의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 보면 불교는 국가를 위해 국사(國師)를 두어 조언을 해주거나, 승병과 같은 제도를 두어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던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중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불교에서는 승가의 사회참여에 대한 장치를 항상 주의깊게 다루고 있다. 특히 범망경 제11경계인 ‘통국사명계(通國使命戒)’에서는 승가와 승려의 정치참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통국사명계에서는 우선 승려가 정치에 참여하거나 전쟁 중에 군대에 들어가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다른 쪽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고의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계를 주석한 신라 태현 스님은 한쪽 편만을 들어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 죄가 되는 것이지만, 대립하고 있는 두 진영을 조복시키고 화합시키는 방편을 행하는 것이라면 이는 불교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없애고 사람들이 화합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기에 옳은 일이 된다고 한다.

즉, 불교의 정치참여와 사회적 행동은 그것을 보는 시선과 생각이 전혀 다른 출발선에 있어야 한다. 어떠한 것이 옳거나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속해있는 민중들이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서로에게 아픔을 주지 않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교의 대사회적 활동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필요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지처를 잃고 사회와 생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 그들에게 쉴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종교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불교가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함께 치유와 극복의 길을 나서야 한다.  한결같이 그 안의 사람들만을 바라보고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몸소 느끼고 함께 해야 한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의해 직접적인 만남이 어렵더라도 마음은 항상 그들을 향하여 불교적 끌어안기를 해야만 한다.

과거 원효 스님이 자신의 신분마저 내려두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셨듯이, 사명대사가 청정계율을 파계하면서도 민중을 구하기 위해 전란에 뛰어 드셨듯이, 불교는 항상 사람을 위한 종교로서 사람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부처님께서 보여주셨고 말씀하셨던 불교적 연기법이 실현되고 온 세상이 불국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불교를 믿고 수행하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실천해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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