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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자현 스님, 자신이 임원인 업체와 30억 공사 계약

  • 교계
  • 입력 2020.06.09 12:56
  • 수정 2020.06.09 13:32
  • 호수 1541
  • 댓글 129

천성용 비대위원장, 6월8일 호법부에 진정
“전임집행부 추진 안동포교당 불사 백지화
건설업 자격 없는 업체와 이면계약 체결”
“공사금액도 전임집행부 때보다 높게 책정”

의성 고운사 주지 자현 스님이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와 30억에 가까운 공사계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는 반야사 전경. 현재 지상 3층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의성 고운사 주지 자현 스님이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와 30억에 가까운 공사계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는 반야사 전경. 현재 지상 3층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의성 고운사 주지 자현 스님이 교구의 숙원사업이었던 안동 신도시 포교당을 건립하면서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와 30여억원의 건설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현 스님은 전임 집행부가 5억여원을 들여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안동시청으로부터 건축허가까지 받아 기공식까지 진행한 포교당 불사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자신과 관련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운사에 수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성용 고운사 비상대책위원장(16교구 신도회 부회장)은 6월8일 “안동시청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자현 스님이 진행한 안동신도시 포교당(반야사) 불사와 관련해 심각한 건축비리가 발견됐다”며 총무원 호법부에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천 위원장에 따르면 2018년 8월 산중총회에서 자현 스님이 고운사 새 주지로 선출되면서 전임 집행부가 추진해온 안동신도시 포교당(녹야원) 건립사업이 중단됐다. 특히 자현 스님은 전임 집행부가 5억7200만원을 들여 마련한 설계안도 백지화했다. 대신 자현 스님은 포교당 명칭을 녹야원에서 반야사로 바꾼 뒤 자신과 관련된 업체와 30여억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불사를 진행했다.

반야사 신축공사 계약서류에 따르면 자현 스님은 지난해 8월30일 A건설과 29억4800만원(부가세포함)에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A건설과 맺은 계약서를 토대로 안동시청에 착공신고를 했다. 같은 날 자신이 감사로 등재돼 있는 B업체와도 A건설과 공동수급인으로 하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천 위원장은 “자현 스님이 A건설과 계약해 안동시청에 건축허가를 받고 실제로는 건설면허가 없는 B업체와 이면계약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3억5000만원 이상, 건축기술인 5명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B업체는 자현 스님과 반야사 신축공사계약을 맺기 20여일 이전인 2019년 8월6일 설립됐으며, 자본금도 1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현 스님이 B업체의 실질적 사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고운사 주지를 맡고 있는 자현 스님이 건설업을 하는 업체의 감사를 맡을 이유가 불분명한 데다 건설업 자격이 없을뿐더러 계약 20여일 전에 설립된 업체에 30억원에 가까운 큰 공사를 맡기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자현 스님은 고운사 사부대중의 원력이 담긴 안동신도시 포교당 불사를 추진하면서 자신이 사주인 회사와 ‘셀프계약’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반야사 건축공사의 계약금액도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 전임 집행부가 추진한 녹야원은 건축연면적 838평에 4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평당 공사금액이 약 477만원에 불과하지만, 반야사는 건축연면적 449평에 29억4800만원으로 계약돼 평당 공사금액이 656만원에 달한다. 전임집행부가 추진했던 녹야원보다 평당 공사단가가 200여만원이 많은 셈이다. 더구나 자현 스님이 추진하는 반야사에는 내부시설로 어린이집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린이집을 별도로 건축할 경우 공사대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공사계약이 정당하게 체결됐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도 시급하다는 게 천 위원장의 주장이다.

현재 반야사 신축공사는 지상 3층의 외벽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고운사는 B업체에 공사비로 23억여원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운사 전임 집행부가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해 설계한 녹야원 조감도. 고운사는 이 설계를 위해 5억7200만원의 돈을 투입했지만, 자현 스님이 백지화시키면서 무산됐다.
고운사 전임 집행부가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해 설계한 녹야원 조감도. 고운사는 이 설계를 위해 5억7200만원의 돈을 투입했지만, 자현 스님이 백지화시키면서 무산됐다.

안동 신도시 포교당 건립사업은 고운사가 2010년부터 추진해 온 역점사업이었다. 특히 고운사는 교구종회의 결의에 따라 2016년 6월 안동신도시 내 종교용지 1630여평을 매입했고, 부족한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신도시 포교당 건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해 10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열어 1인당 매월 3만원씩 36개월 간 ‘108통장’을 모연하기로 결의했다. 2018년 8월까지 자발적으로 108통장에 가입한 스님과 신도가 19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연된 돈으로 고운사는 안동신도시에 걸 맞는 ‘명품포교당’을 건립하기로 하고 2017년 9월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한 유명건축가와 5억7200만원(부가세 포함)에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전통과 현대문화가 공존하고 지역 어린이·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포교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도시 포교당의 명칭도 ‘녹야원’으로 정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녹야원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축연면적이 2768.97㎡(838평)에 달한다. 내부는 어린이집, 공연장, 카페, 템플스테이 다목적실과 법당, 세미나실 등을 갖춰 종합종교문화시설로 평가됐다. 고운사는 이 같은 설계안을 바탕으로 설계업체와 총공사비 40억원의 구두계약을 맺고, 2018년 5월 안동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그해 6월26일 스님과 신도, 정관계 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녹야원 기공식을 진행했었다.

천 위원장은 “안동신도시 포교당은 신도시 포교를 염원한 본말사 스님과 신도임원,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108통장 모연에 참여해 진행된 불사”라며 “그럼에도 자현 스님은 이 같은 고운사 사부대중의 염원이 담긴 불사를 실정법을 어기면서 개인의 축재수단으로 삼았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보신문은 이와 관련해 자현 스님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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