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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 사부대중 추모 속 영결식 봉행

  • 교계
  • 입력 2020.06.12 10:26
  • 수정 2020.06.16 13:06
  • 호수 1541
  • 댓글 3

6월11일, 별세 전 남긴 유훈 공개
불교계 인사 참석…정토원서 노재

호미 든 관음성상을 봉안하고 평생 불교 운동과 농민운동에 힘을 쏟았던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의 영결식이 사부대중의 추모 속에서 봉행됐다.

봉화산 정토원장 선진규 법사 장의추진위원회는 6월11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진영전문장례식장에서 ‘정토원 선진규 법사 영결식’을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고성 옥천사 적멸보궁 회주 지성, 태고종 법상, 정토원 법공, 길상, 등명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과 하재길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 등 재가불자, 이장명 신도봉사회장, 조세균 지도법사를 비롯한 정토원 회원 및 유족과 행정 및 지역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특히 이 법석에서는 선 원장이 별세 이틀 전 직접 쓴 유훈이 공개됐다. 유훈에 따르면, 선 원장은 ‘정토원 사부대중 수행 수칙 및 수행 목표’를 직접 쓰며 정토원의 수행과 전법, 포교의 정신이 이어지기를 당부했다. 수행 수칙에서는 ‘자신에게 미안한 짓 하지 말자, 남에게 욕먹을 언행 하지 말자, 한없이 능력껏 베풀되 돌아보지 말자.’라는 표현으로 평소 삶의 지론을 기록했다. 또 수행 목표에는 ‘모두 존경받는 신자가 된다, 바른 언행으로 참다운 불자가 된다, 나무아미타불 일심 칭명으로 모두 불보살이 된다.’라는 글로 수행하는 불제자의 길을 제시했다.

영결식장을 찾은 고성 옥천사 적멸보궁 회주 지성 스님은 “선 법사님께서는 그동안 불교를 위하고 나라를 위해 애써주시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가셨다”며 “많은 공로를 기리며 부디 광도중생(廣道衆生) 하시길 바란다”고 기렸다. 하재길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도 “끝까지 법사로 포교를 하시겠다는 굽히지 않는 원력으로 마지막 기력을 다해 우리 불자들이 가야 할 길을 직접 기록으로 유훈까지 남겨주신 모습은 그대로 불자들의 스승”이라며 “항상 염원하셨던 남북통일의 그 날을 기다리며 후학들은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발원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선 원장의 장남 선기 거사는 부친의 가르침을 추모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선기 거사는 “평소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해 너무나 죄송스럽다”며 “평생의 가르침 잊지 않고 새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발원했다. 정토원 사무장이며 선 원장의 둘째 아들인 선건 거사도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게 살고자 노력하며 정토원을 찾는 모든 분과 더불어 아버님의 유훈을 실천해 나아갈 것”이라고 염원했다.

영결식 후에는 고인이 평생 전법과 포교를 실천한 봉화산 정토원에서 노재가 엄수됐으며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어 선 법사의 법구는 화장 후 정토원에 안장됐다.

선진규 원장의 법명은 봉산이다. 그는 평생 한국불교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1955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1959년 4월5일, 동국대 총학생회장이던 당시 31명의 불교학과 청년불자들과 함께 ‘호미 든 관음성상’을 조성, 불자들의 손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선언했다. 김해 봉화산 봉우리에 조성된 호미든 관세음보살상은 전쟁의 폐허 속 굶주림과 독재정권에 허덕이던 중생들의 목마름을 달래주는 자비의 상징이었다. 왼손에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정병을, 오른손에는 호미를 든 파격의 관음보살상에는 심신, 사회, 경제, 사상의 4가지를 계발하자는 염원이 담겼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을 형상화해 생존의 도구인 호미를 경배 대상인 관음보살상의 새로운 도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일깨워 희망찬 세상을 만들자는 미래지향적인 목표였다.

옛 절터에 세운 정토원에서 평생 불교운동과 농민운동에 힘을 쏟았던 고인은 호미 든 관음보살뿐 아니라 1998년에는 ‘법화경’의 ‘종지용출품’에 착안해 지상출현관음보살상을 조성했다. 관음보살의 머리 부분, 정병과 장미꽃을 손에 쥔 두 팔만 보이게 해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만든 것이다. 관음보살이 땅에서 솟아오르듯 모든 사람에게 그러한 힘이 있으니 우리 힘으로 불국토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정토원과 청소년수련원 등을 운영하며 대한불교청년회장, 한국청소년지도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과 故 김대중 대통령의 추모 법석을 매년 봉행해왔으며 지난 5월10일에는 국가 주요기관 공직자 300명을 축원하는 무주상등을 밝히고 코로나19의 소멸을 염원하는 법회를 봉행하는 등 식지 않는 열정으로 실천하는 불자의 삶을 보여줬다. 타계하기 이틀 전 직접 유훈을 써서 봉화산 정토원의 수행 정신을 당부한 그는 6월8일 향년 87세로 세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선 법사의 49재는 6월14일 초재를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봉화산 정토원에서 봉행된다. 막재는 7월26일이다.

김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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