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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명사 품서 주저하지 말고 시행해야

전국비구니회가 회칙 제·개정을 통해 조직 틀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각각의 위원회를 구성, 비구니회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원로·명사추대위원회 구성이다. 개정 회칙을 통해 명사로 추천받을 수 있는 스님의 조건과 절차 등을 명시했다. 제도가 마련됐으니 절차를 갖춰 명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명사법계 품서는 종법상의 제도다. 명확한 법 규정이 있음에도 비구니회가 새삼 명사의 자격조건과 절차를 명시해 명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은 종단의 최고 법계가 유독 비구니스님들에게는 높은 장벽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국불교사상 처음으로 7명의 비구니스님이 명사 법계를 품수한 이후 무려 12년 만인 2019년에 비로소 11명의 스님들에게 명사 법계를 품수한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명사 법계 문제는 종단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 인식과 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로 심심치 않게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명사는 비구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해당하는 비구니 법계로 수행력과 지도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명사 법계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소속 교구본사의 교구장이 관련 서류를 종단에 접수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교구본사 내에서 입지가 미약한 비구니스님들에게는 시작부터 난관으로 여겨져 왔다. 

전국비구니회가 명사추대위원회를 구성해 명사 추천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사추대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자격에 대한 이견을 최소화하고 절차적 부담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편의만을 위해 명사추대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결코 아닌 듯하다. 회장 본각 스님은 “올해 초 신년하례회에서 비구대종사 품수식이 봉행됐는데 비구니명사 품수는 12년 만인 지난해가 마지막이었다”며 “비구니 스스로가 어른 스님을 모시지 않는다면 비구·비구니가 종단의 평등한 양 날개가 되기란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명사추대위원회 구성이 제도를 통해 인식을 전환하고 이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종단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자구책의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다.

남수연 기자

“출가자가 수행하는데 있어 법계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평생 대부분을 종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스님에게 그에 걸맞는 수행력과 지도력의 상징인 법계가 품서되지 못한다는 것은 종단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후학들의 존경을 받고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한 스님들이 종단 내에 무수히 많음에도 종단 스스로 그 위상을 드러내지 못하고 매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구스님에 대한 대종사법계 품서가 꾸준히 지속되는데 비해 비구니스님에 대한 명사법계 품서가 소홀하다면 두 개의 큰 날개로 비상해야 할 종단의 한쪽 날개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는 셈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자격을 갖춘 비구니스님들에 대한 명사법계 품서를 주저하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 두 날개를 갖추지 못한 새는 결코 날아오를 수 없다.

namsy@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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