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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근·현대불교사 연구 왜 부족한가

기자명 법보신문

"기초사료·전문 연구 인력 태부족"

편향된 시각 우려…"교단·학계 지원 절실"

역사는 평가되기 위해 존재한다. 과거가 현재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자 미래를 계획하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평가하고 연구하는 것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현재 불교를 돌아보고 현재 보다 나은 불교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한국불교사에서 근·현대 불교사는 공백기이다. 그만큼 연구가 겉돌고 있다. 한국불교학계의 연구 성과가 한국불교사 중심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지만, 정작 가까운 과거의 역사는 연구나 평가는 커녕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차도 정리되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근·현대불교사 연구가 왜 진척되지 않고 있는지 그 원인과 그동안 어떤 연구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사료 부족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분실되거나 유실된 사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조계종단 또는 조계·태고종 간의 분규 와중에서 수많은 사료들이 분실되거나 유실됐다는 것이다. 선에 치중해온 한국불교의 특수성에도 원인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스님들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니 사찰이나 사건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문자보다는 선수행에 비중을 둔 수행승들의 속성상 기록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사료가 부족하기는 조선시대의 이전의 시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은 근·현대불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상식적으로 따져보아도 조선시대 이전의 사료보다는 근·현대의 사료가 더 많이 남아 있어야 정상이다. 근·현대 이후의 불교사연구가 미진한 것은 사료가 부족하기 보다는 사료를 발굴하거나 정리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 이같은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료(사료) 보존 의식이 별로 없는 것에 기반한다. 근·현대불교사를 살아온 스님들이나 재가불자들의 증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 또 각종 출판물이나 관공서의 기록 등이 수집·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에 필요한 사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94년 조계종 개혁불사 때 나왔던 수많은 문건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보관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사료의 부족은 곧 학자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현재 근·현대불교사를 주 연구분야로 삼는 학자는 김광식씨와 김경집씨, 정광호 인하대 교수 정도다. 가장 성과가 축적돼야 할 근·현대불교사 연구가 몇몇 학자들에 의해 겨우 명백을 이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 학자들만의 연구는 그 분야의 기초는 다질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비약적인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이 없는 연구활동은 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도모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획일화된 시각으로 한 시대를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학계나 승단에서 중진 또는 원로로 대접받는 인물들이나 그들의 스승들로부터 근·현대불교사 연구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원인이 된다. 한 예로 삼보학회가 '60년대 말에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한국근세불교백년사》 편찬 작업도 한스님의 친일 행적에 대한 평가에 문도들이 반발해 중단됐다.

《친일불교론》을 쓴 임해봉 스님도 집필과정에서 회유와 압력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중진이나 원로로 대접받는 인사들이나 그들의 스승이 친일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관련돼 있는 상황에서 근·현대불교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광식씨는 “근·현대불교사는 오늘날 불교계 현실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을 밝힐 단서”라고 지적하고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단이나 제도권학계에서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윤 기자


※학위 논문

△근대 한일불교관계사 연구(정광호, 경희대) △한국불교 개화기 교단사 연구(김경집, 동국대, 이상 박사학위) △대각교운동의 윤리적 성격에 관한 연구(이강구,충북대) △대한제국 시대의 불교에 관한 고찰(김순자, 성신여대) △만해 한용운의조선개혁사상연구(박종린, 동국대)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 연구(서재영,동국대) △만해 한용운의 불교유신사상 연구(유영학, 원광대) △백용성의 대각사상에 나타난 민족의식에 관한 연구(김충식, 동국대) △용성의 대각교 운동과 만해의 불교유신운동 비교연구(권기현, 동국대) △이광수의 민족주의와 불교사상(변재원, 중앙대) △일제식민지하에 있어서 한국불교(정동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일제하 불교혁신운동에 관한 연구(남준, 동국대) △한국근대 개화파의 불교관 연구(김덕만, 원광대) △한국근대 불교개혁이론에 관한 연구(이진재, 원광대) △한국불교 현대화 과정의 사적 고찰(왕수진, 동국대) △3·1운동에 나타난 만해 한용운의 구국사상(조재복, 원광대) △양계초를 통한 만해의 서구사상 수용(김춘남, 동국대) △한용운의 독립사상연구(김정칠, 경희대) △한용운의 사회사상연구(이상철,서울대) △한용운의 사회사상에 관한 일연구(이양순,이화여대) △한용운의 시대인식에 관한 일고찰(강미자, 효성여대) △한용운의 자유사상에 관한 연구(손창대,건국대) △한용운의 자유정신에 관한 연구(김종오, 한양대) △백용성선사 연구(보광, 동국대) △일제의 한국 침략이 불교계에 미친 영향(정광호, 고려대, 이상 석사학위)

※단행본

△근대한국불교사론(불교사학회, 민족사)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근현대사(한국불교근현대사연구회, 선우도량) △한국근대불교사연구(김광식, 민족사) △한국근대불교의 현실인식(김광식, 민족사) △한국불교현대사(동국대 석림동문회, 시공사) △한국현대불교운동사(실천불교승가회, 행원) △한국근현대불교자료전집(이철교·김광식, 민족사) △한국불교승단정화사(도광 스님, 한국불교승단정화사편찬추진위원회) △한국현대불교사연표(불교사학연구소, 중앙승가대) 등

현구현황과 성과-특정 인물 연구에 치중

근·현대불교사 연구는 1960년대 후반에 비로소 시작된다. 당시 근·현대불교사연구를 주도했던 이는 고 서경수 교수다. 서 교수는 일제하 불교 연구에 원을 세우고 덕산 이한상씨와 숭산 스님, 정광호 인하대 교수 등과 함께 《한국근세불교백년사》 편찬 작업에 들어갔다. 종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순탄하게 진행되던편찬작업은 한 스님의 친일에 대한 평가 문제로 중단된 후 더 이상 진전을 보지못했다. 당시 간사로 편찬작업에 동참했던 정광호 교수는 편찬 작업을 통해 얻은경험과 사료를 바탕으로 석사 논문 〈일제의 한국 침략이 불교계에 미친 영향〉(고려대)와 박사 논문 〈근대 한일불교관계사 연구〉(경희대) 등 연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석주 스님과 박경훈씨가 《근세불교백년》과 같은 책을 저술하고 불교사학회가 대표적인 연구성과들을 묶어 《근대한국불교사론》 등을 편찬하기도 했지만 산발적이면서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왔다.

'90년대에 들어 근·현대불교사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김광식씨와 이철교씨가 편찬한 《한국근·현대불교자료전집》과 선우도량 근·현대사연구팀이편찬한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근·현대사》, 도광 스님이 편찬한 《한국불교승단정화사》와 같이 기초 사료를 집대성하는 작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광식씨는 5년여 동안 25편의 논문을 쓰고 이를 엮어 《한국근대불교사연구》와《한국근대불교의 현실인식》을 내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쳤다. 1995년에는 중앙승가대 불교사학연구소가 1945년부터 1994년 10월까지의 한국불교 소사를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한국현대불교사일지》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교학계의 근·현대불교사연구는 만해 한용운 스님과 같은 특정 인물 중심의 연구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만해스님에 관한 연구는 문학적 관심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어서, 이 시기 불교사 연구는 불교학계가 개척·보완해야 할 사항의 하나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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