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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재심호계원의 직무유기

  • 기자칼럼
  • 입력 2020.06.19 21:06
  • 수정 2020.06.22 10:00
  • 호수 1542
  • 댓글 0

2015년 7월8일, 조계종 원로회의는 1994년 개혁회의로부터 멸빈 징계를 받은 원두·종원 스님의 ‘특별재심 청원’을 받아들여 호계원에서 다시 다룰 것을 결의했다. 이날 원로회의는 호계원이 전 총무원장 의현 스님에 대해 21년 만에 재심을 열어 ‘공권정지 3년’으로 징계경감을 결정한 것에 대해 “종단 화합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 원두·종원 스님이 제기한 특별재심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원로스님은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두 스님에 대해서도 호계원에서 재논의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로스님들의 간곡한 당부에 당시 호계원장 자광 스님은 원두·종원 스님에 대한 특별재심을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스님의 특별재심은 곧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났지만, 재심호계원은 두 스님에 대한 특별재심을 다루지 않고 있다. 심지어 특별재심에 대한 청구적격심사도 진행하지도 않아 이 사건은 5년째 재심호계원 심판정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자광 스님에 이어 지원, 성타, 무상 스님까지 4명의 호계원장이 바뀌었지만, 마치 ‘폭탄 돌리기’게임을 하듯 두 스님의 특별재심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특별재심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11년이다. 징계심판이 확정된 이후에도 원 심판의 잘못된 결정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원두·종원 스님이 멸빈의 징계를 받을 만큼 중대한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바라이죄를 저질렀거나 세간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도 없었다.

원두 스님은 개혁회의를 부정·비판하는 석명서(釋明書)를 발표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불국사 주지 종원 스님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징계를 받아 주지직에서 박탈되자, 6개월 남은 불국사 주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멸빈 사유였다. 원로회의가 이례적으로 두 스님의 특별재심 청원을 받아들여 호계원에 다시 살펴보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심호계원은 세간의 대법원과 같은 종단 사법기관으로서 최고 권위를 갖는다. 재심호계위원 개개인도 율장과 청규 및 법리에 밝은 승랍 30년 이상의 중진스님들이다. 재심호계원에 특별재심 심판권을 부여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재심호계원이 원두·종원 스님의 특별재심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스스로 그 권위를 부정하는 일이다.

권오영 기자

원두·종원 스님은 세수로 85세다. 당장 어떤 변고가 생길지 모를 나이다. 재심호계위원들이야 미뤄도 될 사안으로 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26년을 멸빈자로 살아온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들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역지사지의 마음 자세다. 이제라도 두 스님의 특별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심판과정에서의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심호계위원으로서의 직무유기 물론 두 스님의 마지막 비원을 끝내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oyemc@beopbo.com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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